나목(裸木)
        詩 / 정연복

봄, 여름, 가을
잎새들 무성한
찬란한 세 계절에는
스치는 바람에도 뒤척이며
몸살을 앓더니
겨울의 문턱에서
그리도 빛나던 잎새들
털어 내고서는
생명의 기둥으로
우뚝 서 있는 너
떨칠 것 미련없이 떨치고
이제 생명의 본질로 남아
칼바람에도 미동(微動) 없이
의연한 모습의
오! 너의 거룩한 생애

* 나뭇잎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한 볼 품 없는 나목(裸木)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고귀한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다. 세상의 일반적 시각을 뒤집어 놓는 일을 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나무에 잎이 없으면 옷을 벗은 사람처럼 볼품이 없다. 나무에게 잎은 그만큼 중요하다. 사철 중 겨울을 빼고는 잎이 있어 바람이 불 때 서로 부대끼기도 하고, 새들의 요란한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길손들 쉼터가 되기도 하지만-시인은 이런 모습을 '몸살을 앓더니'라고 표현-겨울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쓸쓸함을 더한다. 하지만 시인은 자연의 변화라는 철칙을 알기에 나목에서 '생명'을 발견하고 그 볼품 없는 나무를 '생명의 기둥'으로 치켜 세운다. 나목에서의 생명은 무수한 잎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명의 본질'이고, 세파에 휩싸이지 않는 '의연한 모습' 나아가 '거룩한 생애'이다. 한 그루의 나목이 되어 보고 싶지 않은가?(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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