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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도래한 전쟁의 시대, 왜 전쟁이 잦아지고, 길어질까?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편집부 | 승인 2023.11.02 19:07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세계적으로 전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비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의 다른 지역과 중북부를 중심으로 하는 아프리카, 그리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전쟁 등 구소련 지역 일부에서도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전쟁의 확산은 일반적인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과 노르웨이 오슬로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무력 분쟁은 그 횟수와 강도, 그리고 지속에 있어서 냉전 종식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유엔은 올해 1월에 전 세계 분쟁 수준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55개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고 전쟁의 평균 지속 기간도 이전보다 약 3분의 1이 길어진 8~11년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올해 초 기준으로 분쟁에 노출된 인구수가 20억 명에 달하고 1억 800만 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고 한다. 그만큼 휴전이나 종전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전쟁이 재발하거나 발발하면 휴전이나 종전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전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잦아지고 길어지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19 펜데믹과 기후위기 등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지만, 주체적인 관점에서도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엠마 빌스 유럽평화연구소 선임고문과 피터 솔즈베리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는 10월 30일자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두 가지 문제를 강조했다. 유엔과 강대국들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우선 유엔이 개입한 여러 평화프로세스가 좌초된 데에서 원인을 찾는다. 리비아, 수단, 예멘, 에티오피아, 미얀마 등이 대표적이다. 또 러-우 전쟁은 물론이고 이-팔 전쟁에서도 유엔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유엔의 무기력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및 상임이사국들의 동상이몽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냉전 종식 이후 갈등 '해결'에 초점을 맞췄던 유럽연합, 미국, 영국 등은 최근에는 갈등 '관리'로 이동해왔는데, 최근 분쟁의 양상은 위기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미국이 추진했던 아브라함 협정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중동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했었다. 2020년에 이스라엘이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올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정상화 논의도 급물살을 타면서 이러한 구상은 성과를 거두는 듯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월 29일 "중동은 지난 20년간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불과 8일 만에 전쟁이 터졌다. 아랍-이스라엘 갈등 관계의 근본 원인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중동 평화구상은 '모래성 쌓기'라는 것을 거듭 보여준 것이다.

▲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여러 채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성한 건물이 거의 없다. ⓒAFP=연합뉴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러-우 전쟁과 이-팔 전쟁은 출구 자체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이들 전쟁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나머지 다른 지역에서의 분쟁과 전쟁에는 갈수록 무관심해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등은 전시 국제법에 대해 아전인수와 '내로남불'로 일관하면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전쟁의 확산과 함께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국제 평화와 안정을 강대국들의 선의와 역량에 의존해온 기존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과 개혁을 요하고 있다. 유엔의 실질적인 권한 역시 5대 핵보유국들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인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 주어져 있기 더욱 그러하다.

때마침 강대국들의 이기주의와 진영 논리를 비판하면서 대안적인 국제질서를 모색해야 한다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또 지구촌 곳곳이 분쟁과 전쟁으로 점철되고 있는 사이에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를 비롯한 제3지대가 커지고 기후위기야말로 인류 전체가 맞서야 할 '공동의 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전쟁의 시대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힘과 지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여전히 강대국 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한국 외교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

70년을 넘긴 정전체제와 한반도식 상호확증파괴(MAD) 시대로의 진입, 그리고 동북아 신냉전의 최전선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은 한국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세상에는 미국말고도 많은 나라가 있고 한국도 기후위기 취약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자각에 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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