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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R&D 예산 삭감 어떻게 볼 것인가?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취재부 | 승인 2023.11.02 17:41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정부 예산안 제출에 따라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한다는 10월 31일 아침, 과거 대학에 관계했던 한 분에게 전화를 했다. 나라의 미래를 담보하는 R&D* 예산을 삭감하려는 정부 조치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우려를 표시했다.

* R&D는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약어로, 연구와 개발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R&D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 전반을 포괄한다. 이는 과학분야뿐만 아니라 기술, 공학, 의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와 개발 활동을 포함한다.

정부가 이를 고집할 경우, 전국의 초중고 교사들이 교육 문제를 두고 궐기했듯이, 전국의 대학 교수들이 이 문제를 두고 일어나 이 정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현직 교수들이 위협을 느껴 나서지 못한다면 은퇴 교수들이라도 나서야 할 것 같다.

내년 예산에 연구개발비를 삭감한다는 말은 벌써 몇 달 전에 나왔다.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R&D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삭감 반영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나라를 발전시켜 온 동력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구개발에 힘쓴 학문의 힘에 일정 부분 의존해 왔는데, 아무리 무지막지한 정권이라도 나라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그런 어리석은 조치를 설마 취하겠느냐며 생각했다. 그 뒤 각종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이 짐을 싸고 연구실을 떠난다는 보도를 접했다.

내년도 예산 삭감이 빈말이 아니었다. R&D 예산 삭감이 현실화되어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년도 예산의 R&D 부분을 대규모로 삭감하는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정부는 “R&D 비효율 제거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단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이 그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 이는 R&D예산의 국가적 뒷받침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던 R&D 예산이 증가 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예산에서 삭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제도 혁신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은 656조 9,000억원. 올해 예산 638조 7,000억원에 비해 2.8% 증가한 것이다. 그 중 내년도 R&D 총 예산안은 국가예산의 10%도 안되는 25조 9,000억원 규모다. 올해 예산 31조 1,000억원에 비하면 5조 2,000억원(16.6%)을 감소시킨 셈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교육예산을 6.9%, 일반·지방 행정예산을 0.8% 감소시킨 것에 비하면 R&D 예산은 그야말로 큰 폭으로 감소시킨 것이다. 이래 가지고 나라의 미래를 진정 담보할 수 있을까.

국회의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각계가 R&D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의식한 듯, “더 빚을 내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R&D예산은 하다못해 빚을 내서라도 증액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 원내대표로서 예산 절감에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R&D예산 증액 주장을 타박할 것이 아니라 멀쩡한 청와대 두고 ‘용와대’로 옮겨 수천억대의 국고를 탕진한 행위에 대해서 먼저 비판해야 한다. 실익도 없는 외교를 위해 그것도 종전의 배 이상을 증액한 그 비용을 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 섬세하게는 ‘휘발성 영수증’으로 국고를 탕진한 이들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라면 오히려 한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만 예산 절감에 대한 정부 여당의 진정성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정부의 R&D 투자 및 재구조화 방향성을 정리한 도표이다(카이스트신문 정광혁 기자).

R&D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공감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부 여당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과기부가 어떻게 대처했길래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으며,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을 학자 출신의 과기부장관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처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과학 기술력의 눈부신 발전은 R&D예산으로 뒷받침된 꾸준한 연구의 결과였다. 연구의 맥이 잠시라도 끊기게 되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지 않겠는가. R&D가 지속가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어리석음이 R&D 및 그 예산과 관련해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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