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민주평통 지도부 교체의 필요성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민주평통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줄임말이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 되어 있다. 우리의 지상 과제인 남북의 평화통일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고 갈등을 극복하며 국민통합을 지향할 목적으로 둔 기구이다.

또 위로부터의 통일논의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밑으로부터의 통일논의에 눈을 맞춰 정책을 보완하자는 취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상관 없이 조직 지도부는 대통령 지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중앙 지도부는 마치 전리품을 나눠갖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평통의 지역 조직은 토착 세력들이 독차지해 '민주'와 '평화통일'과는 밀접한 관계성을 갖지 못하고 굴러가는 실정이다.

지도부는 통일에 대한 대안 찾기보다 대통령의 심기 살피기에 신경을 써서 '민주평통'과의 연관성에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민주평통의 대표는 의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이름만 올려져 있다.

조직을 실질적으로는 이끄는 사람들은 수석부의장과 사무처장이다. 직급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장관급이고 사무처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는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이 공평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전체를 보고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던 사람도 공직자가 되면 주관과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 자세와 이성의 눈으로 사회를 봐야 한다.

지금의 민주평통 지도부는 과연 그런가. 의장이라는 사람은 임명되자마자 그것도 공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을 '태양'에 빗대어 고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깜이 안 되는 사람에게 자리를 주었으니 감읍할만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속내에 그쳐야 했다.

지금은 봉건군주 시대가 아니지 않나. 더욱이 1인 독재의 북한 김일성 체제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민족의 태양' 운운의 말은 삼가야했다. 이런 처신은 임명권자를 욕 먹이는 언사다.

더 문제 되는 인물은 사무처장이란 이다. 그가 이 자리를 꿰찬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것과 극우의 사고를 지닌 흡수 통일론자라는 것 둘이다. 숱한 설화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가 말한 흡수통일은 반통일, 즉 평화적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민주적 통일을 도모하고 준비하는 단체에 이런 자를 대통령 지기라는 이유만으로 앉힌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고 결정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관용 수석부의장(왼쪽)과 석동현 사무처장

남북이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한 제1공화국 때나 통했던 인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자가 드러내서는 안 될 사고의 일단을 또 내비쳤다. 한 극우 인사가 쓴 미숙한 칼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그가 공유한 글은 지역 갈라치기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호남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5.18을 매개로 지역 발전 기금을 받아내고 있고, 다른 지역도 노력 없이 호남 따라하기 바쁘다'는 식의 글이다.

여기에 민주평통 사무처장 석동현이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이다.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는 추천까지 했다. 정말 그런가? 사실이 아니다. 호남은 홀대받아 온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지역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민족적 비극을 고리로 한 지역을 폄훼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런 편향된 눈으로 민주평통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런 사고에서 바람직한 통일 방안을 결집해 낼 수 있을까.

지금 반통일 분위기가 득세하고 있다. ‘이에는이, 귀에는 귀’ 식의 전쟁 불사론이 횡행하고 있다. 민주평통은 이럴 때 팔짱을 끼고 애먼 소리만 할 게 아니라 '민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부여받은 소임을 다 해야 한다.

정권의 갈라치기에 편승하여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민주평통 부의장과 사무처장에게서 민주평통에 부합하는 일을 더 기대할 수 없다. 그들에게서 국민을 위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