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서구청장 선거 후... 윤 정권, 민심에 답할 때

국민 이기는 권력 없다고 했다. 이것은 선거를 통해서 정확하게 확인된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는 이 정언(定言)이 진실임을 또 한 번 깨닫게 했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힘당 김태우 후보를 두 자릿수 표 차로 따돌리고 승리한 것이다.

김태우 후보는 대통령과 핱라인(hot line)이 되어 있는 후보라고 했다. 국힘당의 선거 구호 중 하나였다. 이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김태우는 대통령이 밀어주는 후보였다. 따라서 국힘당 전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선거운동으로 그를 도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국힘당은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김기현 대표는 '험지에서 이 정도면 잘 싸웠다.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똘똘 뭉쳐 대비하자'고 의원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안이한 선거 정리이다.

국힘당의 당규대로라면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아야 했다. 자기 당 소속 구청장이 공무원 비밀 누설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약속을 지키는 당으로 읽혀 오는 총선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국힘당으로 볼 때는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이 많은 기초자치단체장 중 하나를 뽑는 선거라고 했다. 하지만 판이 확장되어 지난 대선의 연장전이자 오는 총선의 전초전이 되었다.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리전이 되고 말았다.

이런 선거에서 국힘당이 완패했으니 그 충격파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여론은 어떻든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극우 세력만 안고 '마이 웨이'하던 윤 대통령이 김행 여가부장관 후보를 사퇴시킨 것에서도 충격의 일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론 안 된다.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 정권과 여당의 뼈를 깎는 혁신 없이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혁신의 앞자리에 위치하는 게 인적 쇄신이다. 바지사장에 불과한 김기현 등 당 지도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출장소 수준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입법부로서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이런 여당 지도부였다면 결코 김태우를 공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국민이 몇몇 장관들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보위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이 1차적 대상이다. 장관된 지 오래된 한동훈 박민식 이상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얼마 전 임명을 강행한 신원식 유인촌도 대상이다.

임명 시기의 장단에 얽매일 때가 아니다. 여론을 충분히 읽는다면 이런 충격 요법의 필요성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 부류와 장단 맞추어 극우 성향의 정치를 해 왔다. 이것을 빨리 청산하는 것이 그가 살 길이다.

무엇보다도 정무 감각 제로(0)인 대통령실을 물갈이 해야 한다. 대통령이 부족하고 미숙할 때 대통령실 참모들이 잘 보좌하면 많은 부분이 보완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통령실은 봉건시대 군주 모시듯 대통령의 심기 관리에만 신경 쓴다.

정치의 묘미는 여야 협치에 있다. 협치가 잘 될 때 국민이 희망을 갖게 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고 1년 반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회피했다. 도리어 검찰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이재명 죽이기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적 죽이기는 조국으로 족하다. 이재명 죽이기를 멈추고 그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해야 한다. 범죄 혐의자여서 만날 수 없다? 윤 대통령 자신을 살펴 보아야 한다. 퇴임 후 이런저런 혐의를 들춰내어 먼지털이식 수사를 할 때 과연 그라고 온전할 수 있을까.

당장 부당한 학위 취득과 투명하지 않은 사업 운영 등 부인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지 않나. 그의 장모는 실형을 살다가 보석으로 겨우 풀려났다. 범법자 운운하며 야당 대표를 피해서는 안 되는 이유들은 차고 넘친다. 끌려가기 싫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의 특수부 검사 체질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다. 윤 자신은 절대 잘못이 없고 대체할 희생양을 찾는 것이 그의 특징이라고 한다. 지덕(智德)이 없는 지도자다.

희생양 찾는 것이 대통령이 된 지금도 과연 통할까. 잠시는 통할지 모르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이 약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쓰지만 수용 여하에 따라 윤 정권과 국힘당에 약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검찰 특수부 수사 수준으로 국정에 임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방식에 대한 비토가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이다. 침묵하는 것 같아도 정권을 향한 국민의 눈은 늘 예리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말이다.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