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국방장관은 아무나 앉히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고 앉혀서도 안 되고 냉전시대에나 어울릴 전략통이라고 앉혀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랬다간 복구 불능의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념과 진영에 휘둘리는 사람, 평화보다는 전쟁을 선호하는 사람, 민족 주체성보다는 강대국에 종속되어 국가를 유지하려는 사대주의자, 신친일파 부류는 국방장관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도 국방장관 임명은 까다롭기 짝이 없다.

신원식을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그는 군 장성 출신으로 자신의 성숙하지 않은 군인 철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악담도 서슴지 않는다. 신이 국방장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점을 본지는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그가 미워서라기보다 국방의 중요성 때문이다.

지금은 칼과 창으로 전쟁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인류의 전멸을 가져올 수 있는 가공의 핵전쟁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감정적 결정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핵전쟁 시대의 국방장관 앞에 놓여 있다.

신원식은 전광훈의 태극기 집회에 나가 "'문죄인' 목 따는 것은 시간 문제, 나의 구호는 '멸문(滅文)'이다"라고 말했다(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신원식은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다. 그리고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다. 숲을 보아야 할 때도 나무를 보고 일반화시키는 사람이다. 종합적 판단이 요구될 때에 지엽적인 데 매몰돼 대책 없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다. 그동안의 행태가 그랬다.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전광훈의 극우 태극기 집회에 나가 ‘문죄인’의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괴성을 질러댄 사람이다. 이런 자가 어떻게 국회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동료 의원에 대해서는 관대한 청문회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그의 국방장관 임명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국힘당에서도 청문회 통과를 위해 전력을 쏟아부었다. 이 지점에서 그로 인한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군 미필자인 대통령이 군사 문제에 대해 국방장관에게 의존할 비중은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원식이 어떤 사람인가. 감정이 앞서는 초강경 전쟁론자 아닌가. 대통령이 이런 자의 판단에 의지한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갖게 된다.

신원식이 국방장관이 된 후 제1성이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해 적의 추가 도발 의지와 능력을 분쇄하겠다"였다. 듣기는 시원하고 따라서 통쾌할지 모르겠으나 이 말에는 한반도의 초토화, 민족 공멸의 위험성이 담겨 있다.

6.25전쟁 직후 냉전시대에나 어울릴 언사이다. 핵전쟁은 승자 없이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그의 공언대로 북에 대해 초강경 응징을 감행할 때 북이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니, 재앙을 넘어 남북 전체 즉 한민족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가 말한 "적에 대한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말도 선전선동 구호로는 가성비가 있을지 모르나 현실을 외면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말이다.

국방장관은 나라를 책임지고 지키는 군 최고 지휘관이다. 60만여 명의 국군을 책임지고 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정(忠貞)이 그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 이때의 민족 구성원은 이념과 진영 그리고 지역과 계급‧계층을 다 아우르는 개념이다.

신원식이 장관 임명 재가를 받은 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원식이 과연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 극우 태극기부대 이외엔 모두 적으로 치부하는 눈을 갖고 있는 사람 아닌가. 야당을 좌경 빨갱이 집단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그가 아닌가.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보다 더 위험한 사람이다.

그가 취임식에서 밝혔다는 국군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만 해도 그렇다. 얼핏 듣기에는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군사문화의 공고화와 이어질 수 있다. 군사독재 시대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지 다양성 속에 일치를 도모하는 민주주의 국가에는 불필요하다.

그가 철학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평소 그가 한 말을 볼 때 분명한 것은 친일파라는 것이다. 일본보다는 북을 더 증오한다. 구한말 체제가 지속되는 것이 일제 식민지보다 더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고 보지 않는다는 이완용식의 언어 구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신원식에 대해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근본이 되어 있고 저력 있는 나라는 민족이 위기에 처할 때 애국심으로 하나가 된다. 생각해 보라. 신원식과 같은 국방장관에게서 국민의 하나 됨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앞으로 그가 무슨 위험한 짓을 할지 모른다. 전쟁 불사론자들은 늘 죽음을 몰고 다닌다. 그것을 용기 있는 행동,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못될 수밖에 없다. 위험한 대통령과 아슬아슬한 국방장관, 국민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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