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술인들 욕먹이는 예총회장

이범헌이 뭐 하던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가 한국예총 그러니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이라고 되어 있다.

예술하는 사람을 적지 않게 알고 있는 내가 처음 듣는 이름인 것으로 보아 예술계에서 그럴 듯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정치하는 동네를 기웃거리다가 혹 낙하산으로 예총 회장이 된 사람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좋다.

명색이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단체의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의 노력도 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지명을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지하는 것은 그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국가니까.

그런데 130만 예술 가족을 끌어들여 유 장관 내정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은 오버해도 한참 오버한 것이다. 과대망상급 처신이다.

자격을 갖춘 예술가와 그 가족 전체를 합해도 130만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예술인 중 유인촌을 찬성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유인촌 대통령 문화특보가 2008년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막말을 하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당장 내 주위의 예술가들 중 그를 환영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극소수 지지자들도 창피해서 드러내 놓고 지지하지 못한다. 예술계 분위기가 그렇다.

예총회장이라는 자는 유인촌을 두고 예술현장과 행정경험을 두루 갖췄다고 지지 근거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 말에 공감하는 예술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일국의 예술문화 영역을 책임지는 것에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즉 민주주의 국가의 문화 예술 지킴이로서의 의지이다.

이런 의지를 가졌는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 그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유인촌이 장관 적격자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임기웅변에 능한 그가 이리저리 피해가려고 하지만 MB 시절 문체부장관 때의 악행을 예술인들은 똑똑하게 기억한다.

예술인 블랙리스트와 전 정부에서 임명된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을 강제로 쫓아낸 장본인이 그라는 것,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피할려야 피할 수 없다. 문화는 정신의 영역에 속한다. 정신을 가꾸고 함양하는 데는 사람 됨됨이 즉 인성이 중요하다.

공적인 자리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 섞인 말을 내뱉는 사람에게서 온전한 인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유인촌이 그런 사람 아닌가.

정치성향을 띤 예술은 안 된다고 그가 말했다. 그의 말은 창작 예술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이다. 솔직히 유인촌만큼 권력지향적이고 정치적인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예술계에서 회자되는 이 말을 유인촌은 새겨 들어야 한다. 예총은 이미 관변 어용 단체로 전락했다. 따라서 한국예총 회장 자리도 그렇게 내세울 만한 자리가 못된다.

더 이상 130만 예술 가족 운운하면서 예술인들을 욕먹여서는 안 된다. 유인촌을 지지하고 환영하려면 혼자서 하면 된다. 그러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