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천 절
                      詩 / 정인보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이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백두산 높은 터에 부자요 부부
성인의 자취 따라 하늘이 텄다
이 날이 시월 상달에 초사흘이니

오래다 멀다해도 줄기는 하나
다시 필 단목잎에 삼천리 곱다
잘 받아 빛내오리다 맹세하노니

* 개국 4356년이 되는 개천절이다. 연수 계산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단군왕검께서 기원 전 2333년에 (고)조선을 세우셨으니까 거기에 서기 2023년을 더하면 우리나라 개국 연대가 된다.

개천절을 한자로 쓰면 '開天節'이 된다. 하늘이 열린 날이다. 환웅이 하늘 문을 열고(開天) 백두산 신단수로 내려 온 날이다. '천'은 주로 '하늘'의 뜻으로 사용하지만 '임금ㆍ제왕ㆍ천자'의 뜻도 갖고 있다. 고대국가엔 제왕이 곧 나라였다. 따라서 '開天節'은 '하늘이 열린 날'이 1차적 뜻이지만 '개국한 날'이라는 2차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개천절의 노래는 위당 정인보의 시이다. 각 연 마지막 장은 종장의 반복임을 알 수 있다. 김성태가 개천절 노래에 곡을 붙이면서 3행시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기 위해서 종장을 반복한 것이다. 

시어들은 예외 없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새암ㆍ한아바님ㆍ단군ㆍ상달ㆍ초사흘ㆍ단목잎ㆍ삼천리 등 순 우리말과 우리말화된 단어들이다. 상달 초사흘은 10월 3일을 가리킨다.

지금부터 4,356년 나라가 세워졌고, 위당이 이 시를 작사한 때는 일제시대 때이다. 일제의 압제에 신음하면서도 민족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얼이 담겨 있다. 글로벌 시대, 민족혼이 점점 옅으져 가는 시대이다. 신친일파가 득세하는 세태가 되었다. 개천절에 다시 한 번 '우리'라는 주인의식을 점검해 볼 때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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