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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김정은-푸틴의 '위험한 거래',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편집부 | 승인 2023.09.22 15:02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까진 안개 속에 있다. 두 정상이 회담 후 기자회견도 갖지 않았고 성명이나 합의문 발표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정상의 공개적인 발언과 양측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우선 총론적으로 "반제국주의" 항쟁을 위해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이 눈에 띤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러시아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고, 푸틴은 북한의 위성 개발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이는 북러가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핵심적인 두 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위성 등 첨단 군사자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양측이 "한반도와 유럽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이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담 전날인 12일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대중에게 공개되거나 발표될 수 없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는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고, "필요하다면 북한 동지들과 제재에 관해 계속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회담 직후에는 "러시아는 유엔과 안보리에서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북한과 관계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푸틴은 "유엔 제재 하에서도 북한과 군사협력이 가능하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발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마지막 제재가 채택됐던 2017년 이후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제재가 없을 거라고 분명히 말해왔다. 우리의 중국 파트너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엔 안보리가 북러간의 무기 거래를 이유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논의할 경우에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협조도 이끌어내겠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라브로프의 이러한 발언은 18일로 예정된 중국의 왕이 외교장관 방러와 라브로프의 다음달 방북 등의 외교 일정을 볼 때, 상당히 계산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북러간의 '위험한 거래' 움직임에 대해 한미일과 나토 일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무기 거래가 이뤄지면, 추가 제재도 부과하겠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으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복 조치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사려 깊은 판단이 요구된다. 이미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에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도 마땅치 않고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제재 공조를 강화해도 북러는 제재 회피와 무력화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나서면 북러는 군사협력 강화로 한미일을 더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특히 러-우 전쟁이 장가화될수록 미국과 유럽연합 내에서 피로감도 높아지고 이는 극우 정치세력에게 정치적 자양분이 되고 만다.

▲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아무르 주에 위치한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러-우 전쟁의 조속한 휴전과 종전·평화협상의 개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 여러 나라들과 중국, 그리고 교황청 등은 다양한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를,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의 우방국들은 러시아를 설득하고 압박하면 휴전과 평화협상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조속한 휴전의 필요성은 넘쳐난다.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곡물과 에너지 수급체계의 불안 가중으로 '부수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피해가 지구촌을 휘감고 있다. 이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군비경쟁도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인류의 존재론적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대처를 주변화함으로써 '인류의 집단자살의 위험'도 키우고 있다.

서로 싸우다가도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면 함께 힘을 합쳐 외계인에 맞서 싸우기 마련이다. 오늘날 외계인의 침공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기후위기이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절박하다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러-우 전쟁의 출구를 기후위기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980년대 후반에 '핵무기가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며 냉전 종식을 향해 거보를 내딛은 것처럼, '기후위기가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기후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거보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 정욱식 소장은 최근 신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를 출간했습니다. 변화된 북한과 그에 따른 동북아시아 향후 정세 및 남한이 나아가야 할 대외 정책 방향을 모색해보는 책입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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