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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박노해의 '가을은 짧아서'
편집부 | 승인 2023.09.17 23:58

가을은 짧아서
詩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 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 굴곡진 인생을 가을에 대입했다. 사철 중 가장 짧게 느껴지는 가을... 그것은 덧없이 흐르는 세월과도 유사하다. 그 시간 속에서도 '짧고-길고', '많고-적고', '깊고-얕고'를 대비해 시상을 이어가고 있다. 기교 아닌 기교가 대단하다. 시인은 '귀한 건 시간이어서 /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했다. 역설 아닌가? 짧은 가을에 긴 생을 살겠다니! 시인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백세 인생은 백 년이 전부지만 하루살이 날파리에겐 하루가 날파리의 전부이다. 가을이다. 짧은 가을 긴 생 살기를 기원한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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