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적대적 공생의 생명력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적대적 공생'이란 말이 있다. 적대적인 관계지만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필요할 때 쓰는 말이다. 지난 한 때 이 말이 잘 맞아 떨어질 때가 있었다. 분단된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인 한반도에서 약효를 지닐 때가 있었다.

북한은 북한대로 또 남한은 남한대로 남북의 긴장관계를 이용하여 독재 정권을 유지한 것이 그것이다. 불의한 정권에 대해 부정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서로를 끌어들여 활용했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또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 말도 사라진 줄 알았다. 남북의 적대적 공존 사슬이 끊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친일 징권의 등장으로 이것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친일은 불의의 영역이다. 악에 속한다. 그럼에도 윤 정권은 '친일이 어때서' 라며 몰염치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배짜라 식으로 나올 땐 그 어떤 대항 논리도 무력화 된다.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윤석열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갖다 쓰는 것이 색깔론이다. 이념논쟁이다. 북한을 끌어들인다. 극우 무뇌아들을 총동원해 북한의 호전성을 들먹이며 적대감을 부추긴다.

노동운동의 배후엔 북한이 있고, 시민운동도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식이다. 심지어는 이재명의 단식도 적화통일의 큰 그림 없이는 설명 되지 않는다고 지껄여 댄다. ‘기-승-전-북한’이다.

윤석열이 애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전체주의'이다. ‘공산전체주의’라는 호적 없는 단어를 즐겨 쓴다. 전체주의 징조는 그들에게서 보인다. 그들의 입에서 진동을 하고 있다. 막바지에 도달한 듯 발호한다.

소수의 극우 세력 외에는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다.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경구는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국가 공동체 전체가 지혜를 모아도 헤쳐 나가시 쉽지 않은 국제 정세다.

윤석열 정권이 민주주의를 정녕 몰라서 저럴까? 여당과 야당이 상호 견제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서로 양보ㆍ타협하며 하는 정치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몰라서 사즉생(死即生) 막가파 식으로 나오는 걸까?

긴장 고조되는 한반도(사진=연합뉴스)

급기야는 국체에 도전하는 반국가 세력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가만 두지 않겠단다. 대통령의 엄포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나라를 대표하지 않고 극우 진영의 선수로 뛰고 있으니 지나가던 소가 웃는다.

다수의 국민이 침묵을 지키는 것 같아도 극우의 어처구니 없는 작태가 계속될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삶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가 되어야 한다. 나쁜 평화도 선을 가장한 전쟁보다 났다.

북한을 끌어들인다 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국가 기관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정보기관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보기관은 불의한 정권을 위해 일하고 있다.

북한 배후 조종설을 끊임없이 퍼뜨리고 있다. 이런 가짜 뉴스를 배웠다는 이들까지 퍼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현실이 스글프다. 우둔한 자들은 이게 아직까지 먹힌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지점에서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런 가짜 정보를 퍼뜨려 국민을 기망할 때, 양치기 소년 우화처럼 진짜 북한이 쳐들어 올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번엔 정말이다!" 신뢰 잃은 정권은 국민을 움직일 수 없다. 이 글의 제목이 '적대적 공생'이다. 색깔론이 먹히는 이상 이 어구(적대적 공생)도 생명력을 보지(保持)하겠지? 안타깝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