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시(歎息詩)] 홍범도 장군의 독백

홍범도 장군의 절규
詩 / 이 동 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첡거 위기에 놓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

* 이동순 시인의 시 '홍범도 장군의 절규'가 페이스북에 오르는 족족 삭제 처리가 된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 회사인데 이렇게 할 것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이란 돈이 되면 권력과 결탁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본다면 충분히 예단할 수 있는 일이다.

파시즘의 특징 중 하나는 언론을 장악해서 선전 도구로 삼는다. 나찌 독일에 괴벨스가 있었듯이 현 정권은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 노골적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들어갔다. 이동순 시인의 시 '홍범도 장군의 독백'이 SNS에서 삭제되는 것도 이동관과 무관한 것 같지 않다.

이동순 시인은 홍범도 연구가이다. 그의 연구는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로 만개했다. 그리고 2022년 평전 성격의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상재했다. 독립운동가 이명균 의사의 손자로 '특별한 지점'에 서 있던 그는 기존 정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측면에선 순수 문학 계열에 포함시켜도 될 문학인이었다.

그런 이 시인이 이번 홍범도 장군이 육사 교정에서 추방되고, 논쟁같지 않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자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홍범도 장군 흉상 육사 교정추방 건'이 일어나기 직전 시(詩) '내가 돌아오지 말 걸-홍범도 장군의 독백'을 발표한 바 있다. 그것을 받아 이목(耳穆) 이 붙인 시평과 함께 본 신문에 올렸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신친일파들이 홍범도 장군을 무차별 린치, 급기야 육사 교정 추방, 두 번에 걸친 훈장 수여의 적절성 조사 등 정권의 염치없는 작태가 도를 더해 가자 참을 수 없어서 발표한 시가 '홍범도 장군의 절규'이다. 앞의 시와 강도만 차이가 있을 뿐 던지는 메시지는 비슷하기 때문에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앞에서 밝힌 대로 언론의 제재로 SNS 상에서 삭제되는 일이 빈발해서 그것에 대한 증거 자료라도 될까 하는 마음으로 본 신문에 게재한다. 사족이지만 이동순 시인은 김천 출신으로 충북대 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영남대 국문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다가 은퇴했다. 지금은 명예교수 직함을 갖고 있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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