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충섭 시장 구속 이후

김충섭 김천시장이 구속되었다. 8월 31일의 일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이 구속의 혐의이다. 21년 추석과 22년 설 명절 때 지역 유지들에게 선물 돌린 것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선거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어서 문제 삼으면 안 걸릴 후보가 없다는 말이 있다. 김 시장 측도 명절마다 관례적으로 해 오던 일을 선거법 위반으로 엮는 데 대해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문제 삼는다면 전국의 단체장 중 걸리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정이 그러할지라도 문제 삼고 안 삼고는 다른 지역의 일이고 우리는 우리의 일만 충실히 하면 된다는 게 검찰의 생각 같다.

이 명절 선물 건으로 이미 여러 명의 김천시 공무원이 재판을 받았다. 집행유예의 실형과 벌금형을 받고 항소 중인 상태다. 이런 재판 추이로 볼 때 김 시장에게도 수사의 결과를 어느 정도 점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단체장을 구속까지 한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법의 수단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전제할 때 더욱 그렇다. 죄가 확정될 때까지 불구속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수사를 할 수 있다.

영장전담판사가 구속 사유로 든 것이 증거 인멸인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관련 공무원과 시장을 수사하면서 먼지털이식 수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 감출 것도 또 인멸할 증거도 없다는 얘기이다.

죄는 묻되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법의 적용 원리이다. 한 가정의 가장도 어려운 상황일 땐 정상을 참작, 죄가 확정될 때까지 불구속 재판을 한다. 김천시의 거대한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구속 여부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이 영장 전담 판사이다. 현 시장이 증거 인멸을 할 우려가 있어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사 도중 증거 인멸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법리(法理)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죄가 확정되기 전에 혐의만 갖고 죄인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인신 구속도 해당된다. 김천시의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되었다. 시장이 구속되었으니 시정도 휘청댈 수밖에 없다.

이미 재판을 받은 20여명의 공무원 외에 또 다른 20여명을 대상에 올려놓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엔 5급 사무관 10여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시청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행정 공백이 크게 우려되는 이유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 산하 공무원들은 본연의 일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부시장을 중심으로 시정을 펼치되 그 중 중요한 것은 옥중 결재를 받는 식으로 한 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단합이 필요하다. 시청 공무원들뿐 아니라 시민 전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경북의 8기 민선 단체장 중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충섭 시장과 김천시 전체에 전화위복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