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제1공화국 때 이야기이다. 같은 내용인데 몇 가지로 나뉘어 전해진다.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뀐 직후라고도 하고 또 대변을 본 뒤끝에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아마 전자가 맞을 것이다. 방귀는 자랑할 것이 되지 못한다.

옆에 있던 모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는 아부성 말을 했다. 당시 ’아부‘를 상징하는 말로 대 유행을 했다고 한다. 자격 안 되는 이가 장관이 되었으니 이렇게라도 점수를 따서 자리를 보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은 지금부터 80여 년 전에 얘기다. 오래 전 모든 게 깨어 있지 않았을 때 일어났던 해퍼닝이었다. 아부성 하나로 목숨을 부지하는 사람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있어 왔다. 하지만 문명사회일수록 이런 아부성은 줄어든다.

지난 8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행사가 있었다. 간부 임원 대표 61명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였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이고 수석부의장이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명목상 의장이고 수석부의장과 사무처장이 책임을 지고 조직을 운영한다. 지금 수석부의장은 김관용이다. 경북도지사 3선을 하고도 권력의지를 놓지 못하고 정치권을 기웃대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나이 80이 넘으면 권력을 준다 해도 완곡하게 사양해야 정상인데 김관용에게 그런 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극우 정권이 들어서자 그에게 떨어진 자리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이니 그에겐 과분한 자리이다.

경북도지사 3선은 솔직히 지역성을 기반으로 해서 된 것이니까 명색이 중앙의 장관급 자리가 그에겐 오감하다 할 것이다. 임명장 수여식 자리에서 최고의 아부성 말이 튀어나왔다. 준비한 게 아니라 즉흥적발설로 여겨진다.

그가 했다는 말은 이렇다. 길지만 인내하며 들어보자(한겨레신문 기사 참조).

"먹구름 위 언제나 빛나는 태양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 우리 민주평통 의장이신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시다. 오직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와 연대의 기치 아래 숨 가쁜 정상외교를 전개하시고, 특히 북핵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한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시키셨다.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 도약, 포성 울리는 우크라이나 현장에 위험을 무릅쓰며 국익에 도움 되는 일을 소슴지 않으셨다. 경제와 안보, 안보와 경제에 지금까지 이런 지도자 만난 적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김관용 수석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부도 이런 아부가 없다. 마치 김일성 생존 시 북한에서나 했을 법한 어휘를 구사하는 용기가 가상하다. 윤석열이 즐겨 쓰는 단어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어울릴 언사가 아니고 뭔가. 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이 온통 도취된 듯하다.

'빛나는 태양', '구국의 지도자'... "지금까지 이런 지도자 만난 적 있나?"고 묻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사회를 한 번이라도 둘러본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다수의 국민이 힘들어 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읽고 있다면...

수출입이 감소하고 있고, 물가는 친정부지로 뛰고 있다. 거리에선 묻지마 식 살상이 이어지고 있고, 한미일 군사블럭은 북한을 향해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요소요소는 검찰 출신이 장악해 검찰공화국을 실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평통의 존재 의의를 되묻게 된다. 대통령의 심기나 살필 단체라면 없는 게 났다. 원래의 목적은 위로부터의 통일 논의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국민의 입장에서 통일을 생각하고 힘을 모아 통일 정책에 보탬을 주고자 하는 데 있다.

때와 장소를 구분 못 하고 해대는 수석부의장의 흰소리를 본다. 또 극우의 편향된 반통일 인사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민주평통이다. 이런 단체에 과연 기대할 게 있을까? 대통령이 극우의 선수로 뛰니 아랫것들은 한 술 더 뜨지 않나. 평화 통일은 요원한 것 같다.

김관용이 경북도지사를 세 번 연임했다. 아마 3선 연임 제한이 법으로 규정되지 않았다면 4선 5선... 목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 했을 것이다. 이 동네가 그런 동네다. 우리나라 발전의 장애물, 지역성 타파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사람으로 인해 삶의 의욕이 살아날 때도 있다. 또 사람으로 인해 살고 있는 동네가 힘을 뺄 때도 있다. 윤석열을 태양 운운하며 자리 보전에 용쓰는 김관용은 과연 어디에 해당할까. 참으로 때 이르게 나른한 오후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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