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오지 말걸
    -홍범도 장군의 독백
                      詩 / 이 동 순

내가 돌아오지 말 걸
공연히 돌아와서 이 꼴을 보네
내 평생 미워하고 싸웠던
내 아내와 두 아들까지 죽인
저 왜적은 나의 적 우리 겨레의 적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그리 될 수 없는 악독한 승냥이

마시면 바로 병들거나 죽는다는
저 무시무시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쏟아 지구 죽이려는
뻔뻔스런 일본은 교활한 강도
반성도 후회도 모르는 요망한 도깨비 무리
온 겨레가 걱정하며 반대하는데
그 일본 감싸며 두둔하는 놈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말하라 네 조국은 일본인가
을사오적 정미칠적의 씨앗들인가
대답하라 반역의 무리여
친일파를 애국자로 둔갑시키려
국립묘지 기록조차 서둘러 지우고
지나간 100년 전의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 사죄하는 일
더 이상 그만 하자는 놈은 누구인가

가만히 있어도 욕 먹을 종자들이
서로 일본 앞잡이 하려고 안달이 났네
어찌 요 모양 요 꼴인가
나라 따위야 기울어지건 말건
국민들이야 죽건 말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악마의 생각이
이 강토를 병들게 하고 있는데
배제와 배척만 즐기는 무리여
농민을 존중할 줄 모르는 족속이여

한국을 미 일 중 러
4대 강국의 꼭둑각시로 만들고
위안부 지원병 강제징용
그 피해보상을 한국기업이 맡도록
물고를 튼 자는 누구인가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방식인가
죄는 일본이 지었는데
보상은 어찌 우리 스스로 하는가

처참한 재앙을 불러오는
저 막된 무지와 무능과 굴욕
그간 힘들게 쌓아올린 민주의 진전을
하루아침에 되돌려놓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게 만든
나라를 극한위기로 가득 채우는
그 흉포한 자는 누구인가

노동탄압 길거리 떼죽음
최소한의 반성도 수치도 모르고
국민을 모조리 죄인으로 몰고가는
저 패덕한 자는 누구인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위기 불러오고
겨레를 몰역사 반민족 비민주로 몰아넣은
저 패덕한 자는 누구인가

정부 여당 언론은
날마다 어명만 받들게 하고
낡은 왕조 썩은 대한제국이 다시
무덤 속에서 꿈틀꿈틀 부활하는구나
국민에 대한 경멸 위에
악당들의 궁전을 세우는구나

점점 야만화 되어가는 한국사회여
민주주의 감각의 완전한 마비여
처벌만이 능사라 외치는 자여
틈만 나면 수갑을 흔들며 겁주는 자여
중하층이 부르짖는 고통의 신음과
겹겹이 쌓인 불안을 못 보는가

내가 돌아오지 말 걸
공연히 돌아와서 이 꼴을 보네
오늘은 숫돌에 장검을 들게 갈아
망나니처럼 덩실덩실 칼춤이나 출까나
너희 도깨비 무리를 단칼에 썩 베는
신나는 칼춤이나 출까나

사람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살아 있는 사람뿐 아니라 고인도 그럴 때가 가끔 있다. 대우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대우를 해 주다가 돌연히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경우가 그렇다.

그것도 권력자의 기분에 따라 아무런 논의와 절차도 없이 창피를 당할 때는 하소연할 데조차 없다. 독립운동의 영웅들이 그렇다.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일제와 맞서 싸운 분들이다.

이분들의 목표는 오로지 조국의 독립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 5인의 독립 영웅들이 육사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극우 친일 정권에 의해 다시 어디론지 귀양 가야 할 운명에 처해졌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 교수가 지난 해 묵직한 책을 한 권 출판했다. 제목이 <민족의 장군 홍범도>이다. '홍범도' 앞에 '민족의 장군'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가 있다.

일제를 대적한 최고의 장군이란 의미이다.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대한의 장군이란 뜻이다. 시인인 이동순 교수가 역사적 검증을 치밀하게 거치면서 한땀 한땀 기록한 글이어서 더 마음을 파고든다.

이동순 교수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어서 글을 더 절절하게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명균 의사의 손자이다. 어릴 때부터 독립운동가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출간한 <민족의 장군 홍범도>인데 극우 친일 정권이 들어서고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친일의 무리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로 돌아간 기분이다.

대통령이 극우 부일에 앞장서니 밑엣 것들은 걸그칠 게 없다.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한 것도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한미일 동맹 하 전쟁 영웅을 만들기 위한 억지 술수가 아닐는지...

책의 저자 이동순 교수는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시 '내가 돌아오지 말 걸'은 이런 배경을 갖고 태어났다. '홍범도 장군의 독백'이란 부제가 달린 이유이다.

홍 장군이 살아 있다면 아니 살아 돌아와 현실을 돌아본다면 할 수 있는 최적의 독백이 아닐까 싶다. 42년을 시종여일 홍범도 장군을 연구하고 사색한 저자이니 그의 시는 문학성에 더해 역사성까지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돌아오지 말 걸 / 공연히 돌아와서 이 꼴을 보네" 수미(首尾)에 걸쳐 반복되어있는 이 구절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는 것 같다. 후대인으로서 송구할 따름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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