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Ph. D)

좀 거친 표현을 쓰겠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아니라 국민갈라치기위원회, 국민배척위원회, 국민갈등조장위원회다. 위원장인 김한길부터 갈아타기를 밥 먹 듯한 사람 아닌가. 양지만을 좇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 1주년이 되었나보다. 오늘 용산 대통령실에서 성과보고대회라는 걸 가졌다는 보다로 요란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의 실세들이 참석해서 자화자찬이 풍성했다는 후문이다.

성과보고대회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그렇다. 객관적인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작은 것을 부풀리고 부족한 것을 포장해서 그럴 듯하게 미화하는 자리이다. 그렇고 그런 자리, 혈세만 축내는 행사로 흐르기 쉽다.

냉정하게 볼 때, 대통령이 참석하는 이런 행사는 보고대회라기보다 참석자 중 좌장격인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을 듣는 자리로 변질되기 쉽다.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는 그의 발언 9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지 않나.

이렇게 되면 회의라기보다 대통령으로부터 훈계 듣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대통령이 하는 말이 내용을 갖추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극한 용어로 상대 진영을 자극하니 듣는 사람이 괴롭다.

애매모호한 용어로 설화(舌禍)를 일으키고도 시치미를 뚝 뗀다. 아랫사람들이 변명하기에 바쁘다. 대통령이 이러니 당 대표를 비롯해 소위 정부 여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이다. 매사가 진실게임으로 흐른다.

설령 대통령의 발언이 그들 주장대로 사실에 근거한다고 해도 논란거리를 만드는 자체가 문제다. ‘바이든-날리면’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은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봉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번 국민통합 1주년 행사 때도 그랬다. 검사의 언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에서 대통령의 무게감이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통령의 격을 한없이 떨어뜨리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러한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 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다. 그가 투쟁과 혁명을 알기라도 하면서 이런 말을 했을까. 그가 진보의 개념을 알면 얼마나 알까. 그가 즐겨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사기'이다. 검사 수사 중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다.

그에게 무슨 철학이 있을까마는 언론들은 '통합에 대한 철학' 운운하며 윤을 치켜세우고 있다. 좌우 날개가 있어야 새가 날 수 있다는 격언을 좌우가 아니라 나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며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미국과 일본엔 입도 뻥긋 못하면서 동족인 북한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전투 모드로 돌변한다. 국민통합하자는 자리에서 나가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건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다.

전체주의의 독재자들이 선호하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사고이다. 그가 좋아하는 자유도 극우파가 좋아하는 반공의 대치어인 자유여서 효용 가치가 없다. 자유는 지지의 자유뿐 아니라 반대의 자유도 포함한다.

대통령이 편향적 사고를 갖고 있고, 공식 자리에 나와 그런 사고를 강조한다면 사람들이 일다운 일을 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심기부터 헤아려야 하니까 국민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역사의 후퇴 현상이다.

국민통합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 위원회가 만들어질 때 기대하는 게 없었다. 대통령 직속으로 어용의 성격이 강했다. 또 위인설관의 내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한길에게 맞춘 자리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회자됐다.

국민 통합 중 정치적 통합을 빼놓을 수 없다. 여야가 상존하는 상황에서의 통합은 여야 협치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여야 협치는 정치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국민에게 더 필요하다. 팍팍한 세상, 걱정거리를 줄여주니까.

하지만 대통령 취임한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여야 영수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열리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국힘당 지도부는 험악한 말로 야당을 몰아부치고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보다. 국민의 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난지국(危難之局)의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MD 전략의 전선에 앞세워 자기 나라 방어에 이용하고 있고, 일본은 동해를 일본해로 우기며 그곳에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

그래도 항의 한 번 못하는 정권이 국가와 국민을 책임질 수 있을까. 도리어 미국에 잘 보이려고 대량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국민 혈세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동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30년에 걸쳐 계속된다고 한다. 얼마가 방류되는지, 양과 농도는 균일한지... 모니터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것은 바다를 죽이고 자연 질서를 교란시키며 후세에 죄 짓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이 국민통합위원회에 나가서 생각을 전달할 땐 시대에 뒤떨어진 험악한 언설(言說)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다. 반대 진영에 싸움 걸며 갈등을 부추길 일이 아니라 진정 협치와 통합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했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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