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종(한민족역사현창회장)

우리는 부끄러운 세월을 113년째 살고 있다. 1905년 11월 17일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강압하여 체결한 을사늑약에 이어 1910년(경술년) 8월 29일은 한일병합조약이란 명칭으로 발효된 대한제국과 일제 사이에 이루어진 합병조약일이다.

경술국치, 국권피탈, 일제강점, 한일병탄, 한일합방이라고도 불리어졌다. 대한제국의 황제도 아닌 내각총리대신 이완용(李完用)과 일제의 전권위원인 제3대 한국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강제로 형식적인 조인을 거쳐 조약을 통과시켰으며, 이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선왕조 27대 519년, 대한제국 성립 14년만에 멸망했다. 이 날이 1910년 8월 29일 국치일이다. 일제의 국권침탈에 울분을 참지 못한 의인들은 죽음으로 항거하고, 항일민족운동자들은 의병을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선조들의 독립운동사를 어이 필설로 다 헤일 수 있겠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며 입으로만 되뇌이는 우리에게 아픈 역사는 묻혀 있고, 잊혀진 영웅들 또한 생각 너머에 있다. 임시정부 시절에도 개천절, 3.1절과 함께 국치일을 3대 기념일로 기려왔으나, 지금은 완전히 잊혀 진 날이 되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을 비롯한 해외동포,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대욕일(大辱日)’이라 이름하며 지금까지도 이 날을 되새겨 추념하고 있다. 우리의 국경일과 국가기념일이 60여개를 넘지만 국치일은 아직도 기념일 지정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부산광역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조례로 조기 게양 정도의 이름값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치일은 지방정부나 광복회, 여타 단체에서 추념할 일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단일안으로 지정하고 기려야 할 일이다.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다.

일제만행에 희생당한 징병, 징용, 위안부, 학도병, 근로정신대 등 억울한 영령들을 추모함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일본 정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길 간곡히 청원하는 바이다.

우리는 30년 전 오늘, 부산 금강공원에 ‘일제만행희생자위령비’를 세우고 국치일을 추념하며 국가기념일 지정을 소원하였으나 어느 정권 어느 집단, 어느 정치인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부산역사연구소와 부산민예총이 기치를 들고 주관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위령비 설립 위원장이었던 황백현 열사도 지난해 12월 타계하였다. 일생동안 울분을 참지 못하셨다. 여기서 함께 추모의 예를 올린다.

2023년 8월 29일 국치일을 앞두고  

백  신  종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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