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부메랑 현상이란 이름의 덫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부메랑 현상이라는 게 있다. 전쟁 무기로 알려져 있다. 적군에게 던져 맞추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던진 사람에게로 되돌아온다. 한자 성어로 통하는 것을 들라면 자업자득(自業自得) 정도가 될지 모르겠다.

그가 한 번 그냥 해 본 말이 히트를 쳤다. 대단한 의식과 결기의 소유자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머리가 텅 비었다. 그는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너무 쉽게 했다. 단어를잘못 써서 계속 구설수에 올랐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검사의 직무를 감당하고 검찰 수장까지 지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사람과 조직을 혼돈해 사용해 온 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는 아직도 조직과 조직의 장(長)을 엄격히 구분해 내지 못하고 있다. 조직의 장은 그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그냥 해 본 소리인데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검찰 수장은 임명권자뿐 아니라 몸담고 있는 정부에 엇박자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금언(?)이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식언이긴 했지만 검찰개혁을 약속하고 검찰수장에 오른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가 드디어 대통령이 되었다. 이쯤에서 정치권은 스스로의 빈약함을 되돌아보아야 했다. 대오각성이 필요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어렵다는 정치하는 동네에서 입지를 구축한 정치인이 한둘이 아닌데 이런 정치 신인에게 대통령 자리를 바친 데 대해 회개의 소리들이 터져야 한다. 검찰을 동원해 공포 정치로 몰아가고 있는 작금이다.

이런 대통령을 탄생시킨 데 대해 정치권은 일말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힘당은 그를 대통령 후보로 뽑은 데 대해 국민 앞에 송구함을 느껴야 한다. 민주당은 정권을 내 준 데 대해 큰 반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윤석열의 말을 되새겨 보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사람이 모여 조직이 되고 각양 단체는 사람을 구성원으로 한 조직이다. 따라서 사람은 조직과 단체의 기본 요소이다. 사람과 조직을 딱히 구분하지 않는 이유이다.

윤석열이 말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마이 웨이(my way)'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칫 배신의 정치로 흐를 위험성이 농후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배신의 정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임명권자를 배신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이 되면 다 상쇄된다고 생각했을까? 미련한 생각이다. 개인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부메랑 되어 지금 그에게 끊임없이 날아가고 있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 기관의 장들이 내쫓김을 당했다. 이유가 우습다. 임명권자와 국정철학이 달라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과연 국정철학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국가 발전의 동력은 국정의 연속성에서 온다.

잘한 점은 계승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바꾸면 된다.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이 국민의 의사이다. 국민이 동의할 때 국정 동력이 생긴다. 내쫓김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팽을 당하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금언을 만들어낸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전혀 딴전이다. 조직에 대한 열정에 무관하게 충성도를 잣대로 기관장들을 내치고 있으니 말이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여기에 정권의 전위부대가 되다시피한 감사원은 기관장들의 출퇴근 시간, 누굴 만나 식사했는지 심지어 식사한 값까지 뒤져 흠결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정말 혈안이다.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정권 보위의 홍위병을 자처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이런 이들을 철면피라고 했던가.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집단 히스테리에 걸려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감히 할 수 없다. 명색이 국가 기관에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쫓아낸 자리엔 극우 인사들로 채워나가고 있다.

방통위인가 하는 기관은 야당 몫의 추천 인사를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몇 개월째 재가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검찰 독재의 속성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사건이란 사건은 정권이 몰고 다닌다. 지난 장마 수재에 투입된 해병대 채상병 사건만 해도 그렇다. 아무런 장비 없이 물에 투입되어 외동 아들인 채상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잘못이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외압 의혹에 휘말려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 찾기에 최선을 다한 박정훈 수사단장이 도리어 항명이라며 혐의을 뒤집어 쓰고 있다.

제 1사단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수사를 하면서 박정훈 단장은 윤석열의 말을 되뇌었을지 모른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윤석열은 되고 박정훈은 왜 안 되는가?

부실 정권의 국정농단이 보편화 된 것 같다. 국격은 날로 추락하고 있다. 이 정권의 하는 일이라곤 전 정부 탓하는 것밖에 없다. 이번 잼버리대회 망신으로 세계 규모의 행사를 치르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무 계획도 없고 비전도 없으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애정은 찾아볼 수 없는 정권이다. 이 정도인데도 눈 뜨고 당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것이다. 부메랑 효과는 생각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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