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D)

김기현의 꽉 막힌 눈과 아전인수식 꼰대 의식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극한 막말 프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 김기현은 내 시야 안에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따라서 그를 평가할 가치도 없었던 셈이다.

허나 그가 자력이든 아니든 명색이 여당인 국힘당 대표가 되었으니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그가 SNS에 쓴 개인의 감정풀이식 글까지 뉴스로 둔갑되어 보도가 되고 있다. 어수선한 시국 탓이리라.

김기현이 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은 크지 않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당 내에서조차 그가 내뱉는 막가파식 말에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대표로서의 정치 지도자 언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의 험한 입은 멈출 줄을 모른다. 내뱉는 말마다 상대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들이다.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고 했는데 그의 말은 가볍기가 그지없다. 일반 당원도 김기현식 언어를 쓰지 않는다.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별해서 쓰는 게 사람으로서의 도리인데 그의 말은 어느새 정치하는 동네에 흉기가 되고 있다. 아니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말은 흉기와 사랑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게 기삿거리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여당 대표여서 보도의 이점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제(8월 8일)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거기엔 전문가들뿐 아니라 관심을 두고 있는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또 오염수 방류에 명확히 반대입장을 갖고 있는 초등학생들도 참석해서 생각을 나누었다.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는 개인을 넘어 민족 공동체의 명운과 직결된다.

초등학생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모습이 내겐 기특하게 받아들여졌다.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 흐름을 거역하고 민족 다중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한가.

이 간담회에 어린이들을 참석시킨 것을 두고 김기현의 악담이 작두 위에서 칼춤 추는 선무당의 몸짓처럼 작열했으니. 약장수가 흔히 말하듯 “애들은 가라 가”식의 꼰대 의식의 발로이지 싶다. 직접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어린이들의 인권을 '프로 정치꾼'들의 불쏘시개로 소비하는 민주당의 아동학대는 저열하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야권 정치인들의 정치선동'에 전위부대로 내 세우는 저열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 학생들을 불러 그 자리에 억지로 앉혔다고 생각하는가. 간담회를 죽 지켜본 사람이라면 참석한 어린이들을 불쏘시개 또는 정치 선동의 전위부대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장면을 '저열하고 파렴치한 모습'이라고 했는데, 이건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사람의 극 감정의 언사이다. 정치 현장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학습의 장이 된다. 그래서 학생들이 국회의사당 또는 광역ㆍ기초 의회 견학을 가서 정치적 의제를 놓고 토론도 한다.

한 사안을 놓고 김기현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언어를 내뱉는가 하는 것은 그의 자유다. 하지만 좋든 싫든 사람들은 그의 입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가 여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지금 정치가 실종되었다고 탄식한다. 책임의 많은 부분이 정권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힘당 지도부가 예외 없이 투쟁의 정치를 선호한다. 진영 정치가 판을 친다. 모든 게 검찰 수사식 프레임에 갇혀 있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간담회에 참석한 어린이들을 두고 먼저 김기현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어린이들도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생각과 의식이 살아 있는 똑똑한 학생들이다. 어린이라고 해서 이런 간담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법 없다.

김기현은 간담회가 참석한 아이들은 불쑤시개ㆍ홍위병ㆍ전위부대 따위로 몰아세웠다. 전형적인 꼰대 의식의 발로다. 도리어 김기현이 그들을 학대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과할 것을 권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과연 사과를 할까.

이 어린이들이 간담회 자리에 나와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에 배치되는 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면 김기현이 극한 단어를 쏟아내며 과연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을까. 어림도 없는 가정이다. 그럴 리 없다.

김기현이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왜 너희들은 후쿠시마 원자력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이 더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 구한말 나라의 위기가 떠오른다. 친일파들이 득세해 나라까지 팔아먹은...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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