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사든 의욕만 갖고 치를 수는 없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욕에 더해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 기계의 톱니바퀴가 맞닿아 돌아가듯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한다.

작은 집안일만 해도 그렇지 않나. 행사를 준비하는 리더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게 된다.

한 집안의 결혼식과 장례식 등을 연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기쁘게 행사를 마쳐서 더욱 화목해지는 집안이 있는가 하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가정도 없지 않다.

▲ 개영식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라의 행사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모두 성취감을 갖고 성황리에 행사를 마치는 경우 그것은 개인의 기쁨을 넘어 국가 이익과 직결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행사가 세계적일 때는 어떨까. 우리끼리 할 때와는 차원이 확 달라진다. 우리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와 고용 효과가 수반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부안에서 제25회 국제잼버리대회가 열리고 있다. 국제 올림픽과 같이 4년 주기로 열리는 행사이다. 이번엔 세계 159개국에서 4만3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친교를 나눈다.

6년여의 준비 기간에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행사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적 행사를 기대한 것보다 잘 치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준비에 강한 민족성의 반영이다.

2023부안잼버리대회도 이런 기대감으로 세계 각국이 지지를 보내주었다. 유치 경쟁에서의 초기 불리함을 불식하고 개최지를 따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무너지고 말았다.

답변하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부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4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4 jaya@yna.co.kr

높은 기온으로 인한 온열질병 환자들이 양산되었고, 코로나19 확진자들까지 나와 행사를 어렵게 만들었다. 화장실과 샤워시설 등도 참가 인원 수에 비해 턱없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해양 매립지에서 이런 매머드 규모의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생각이 애초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부지 매립에 5년 가까이 걸리면서 기반시설 공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실 물 부족으로 갈증을 호소했고, 음식도 전반적으로 부실했다. 매립지 특유의 환경은 모기 파리 등 해충을 들끓게 했다. 오죽했으면 제25회 부안잼버리대회를 생존체험을 하는 기회였다고 말했을까.

또 행사 중에 발생한 성범죄 사건을 조직위에서는 축소하기에 바빴다. 조직위 상근 위원장에 해당하는 여가부장관은 사소한 일로 알았다며 책임을 회피해 여론의 뭇매를 자청했다. 신변이 불안전하다. 

국무총리는 2023 국제잼버리대회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인 양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진행하겠다고 했다. 중앙정부 3인의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금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말인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 가관인 것은 행사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것도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 안 한 건 아니다. '기-승-전-결(전 정부 탓)' 현 정권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써 온 못된 프레임이다.

하지만 행사 공과(功過)의 최종 귀결은 현 정권의 몫일 수밖에 없다.가령, 이번 행사가 크게 성공했다면 이 공(功)을 전 정권에 돌렸을까. 정부 여당의 인식 수준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 모르겠다. 군 인력을 투입한 것 말이다. 이런 데까지 군이 동원되는 것은 숙고를 요하는 문제이다. 국방을 위해 존재하는 군인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영국과 미국 참가자들은 철수를 결정했다.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나라가 또 철수할지 모른다. 행사는 이미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육군 차량 잼버리장 지원(부안=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육군 버스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잼벼리 야영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3.8.4 kan@yna.co.kr

이번 잼보리 한국 행사는 향후 우리의 국제 행사 유치에 암초가 될 게 뻔하다. 정부의 깊은 성찰이 따라야 한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정권에 권하고 싶은 게 있다. 충정으로 하는 말이다. 정쟁과 국론 분열 책동을 멈추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일까를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윤석열 정권 1년을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해보기 바란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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