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대한노인회 회장의 간접 폭력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나도 어느새 노인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국가가 인정하는 노인이다. 노령 연금을 받고 있으니까. 그럴수록 더 자중하며 살아야지 속으로 계속 다짐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추태가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듯 생각하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한때 젊은 시절엔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변한 사람들이 있다.

그것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다. 주구장창 극우의 편향된 시각을 갖고 깡패(?)처럼 살다가 노인회란 단체의 대표를 맡고있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강제로 접수하지 않았나 싶다.

누구를 말하려는지 알 것이다.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말의 맥락을 따져보면 노인 폄하도 아닌데, 국힘당이 물고 늘어지니 폄하가 되고 말았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예를 들며 한 말을 노인 폄하라며 극우 언론을 동원해 난리를 피웠다. 여기에 장단 맞춰 노인회에서도 연일 김 위원장에게 공세를 펴고 있다.

국힘당이 발목 잡고 극우 언론이 대서특필하면 사실이 되어버린다. 팩트(사실)가 어떻든 노인회에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니 김 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방문했다.

사과를 겸해서 인사차 방문한 것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예를 안 차려도 될 사안이다. 그냥 지나쳐도 시간이 지나면 제풀에 꺾여 잠잠해질 성질의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 위원장은 노인회 김호일 회장에게 창피를 당했다. 직접 뺨을 맞은 건 아니지만 김 위원장의 얼굴 사진을 내리치는 간접 폭력을 당한 것이다.

김호일이 어떤 사람인가. 보수정당 국회의원 3선에 과격한 행동으로 소문나 있는 사람이다. 지난날 자신을 공천 탈락시켰다며 사무총장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지난 지자제선거 때니까 2년 전이다. 김천에서 노인회 행사가 있었는데, 김호일이 참석했다. 대한노인회 회장 자격으로였던 것 같다. 검은 두루마기에 머플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좌중을 휘어잡고 다니기에 무슨 독립운동을 한 사람인가 싶었다. 그때 교육감 후보로 뛰고 있던 사람이 명함을 전달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김호일이 대뜸 하는 말이 보수 후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보수 후보가 싹쓸이해야 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 전엔 진보 교육감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경험담을 풀어놓는 이유가 있다.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의식도 그렇다. 진보적인 생각과 보수적인 생각이 공존하는 게 우리 사회다.

노인의 연령에 접어들수록 사고도 보수로 귀결되는 비중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진보적인 노인이 없을 수가 없다. 노인회 회장쯤 되면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김호일은 보수(내용적으로는 극우)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초면의 사람에게 진보는 안 되고 보수는 지지한다는 식의 발언을 스스럼없이 했다. 확고하게 보였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노인회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다. 국힘당의 이중대라고 해도 될 만큼 김호일의 극우 편향 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단체가 대한노인회이다.

이런 단체를 사과 방문했으니 창피를 자청한 꼴이 될 수밖에... 사진이 아니라 직접 귀싸대기를 올렸어야 했다는 사후담까지 들려오는 것을 보면 그들의 내면을 읽을 수 있겠다.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을 말했고, 헤겔은 정-반-합을 얘기했다. 단재 선생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으로 역사의 진전을 규정했다. 갈라치기에 능한 정권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김호일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노인회가 노인들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고 극우와 보수만을 대표한다면, 그래서 정권의 친위대로 전락한다면 또 다른 노인회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단체의 장이라면 회원 전체를 헤아릴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소외받는 소수에게 더 관심을 두고 사랑을 전해야 한다. 이건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노인회 회장이라고 예외일까?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