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순례] ⑰ 아포 마을N작은도서관

사회가 그렇다. 큰 것만 추수하는 세태다. 큰 것은 더 크게, 작은 것은 더 작게... 부익부 빈익빈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다. 맘몬의 시대다.

오늘은 한 작은 도서관을 찾았다. 그것도 사립이란 수식어가 붙은 작은 도서관. 김천시 아포읍 진등1길 10. '마을N작은도서관'이 주인공이다.

아포엔 두 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푸름찬작은도서관'과 지금의 이 '마을N작은도서관'. 함께 지역 주민을 섬기니 쌍생아처럼 보기가 좋다.

차이가 있다면 푸름찬작은도서관은 김천시립도서관 소속의 공적 성격의 도서관이고, 마을N작은도서관은 순수하게 사립의 성격을 띠고 있다.

2019년 2월 설립되었으니 만 4년이 지났다. 교회 건물 안 2층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시작할 즈음엔 걱정을 적지 않게 했다.

진등교회 담임 유경선 목사가 관장이고 사모님이 사서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할 때 설립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많았다.

모이는 것이 극도로 기피될 때가 아닌가. 그래도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조용히 할 일들을 찾아서 했다. 책을 통한 배움의 욕구는 힘이 세다.

사모님이 강사가 되어 어린 자녀와 부모들에게 그림책을 공부했고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게 재미난 놀이들을 지도했다. 책하고 놀기이다.

또 목사님은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치매에 대한 예방법을 강의하고... 가끔은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장을 펼쳤다.

여기서 부딪히는 문제가 강사료 등 교육에 필요한 재정이다. 한두 번이야 사비를 털어 충당한다지만 계속 이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욕만 앞섰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계획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시립도서관 산하 작은도서관들이 무척 부럽다.

유경선 관장의 말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결과란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매개물로 도서관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뛰어든 일이다.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전문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하려고 할 때 강사비라도 시에서 지원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1만여 권의 도서는 지역 주민이 좋아할 책들이다. 교양도서가 대부분이지만 농사, 건강, 재테크 등의 도서도 있다.

주 고객(?)인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와 동요책을 좀 더 보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과 노는 것을 인성 형성에 중요한 일이다.

유경선 관장은 많은 지역 주민이 이 작은도서관을 사랑방 드나들듯 찾아 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소중한 곳도 찾는 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마을N작은도서관은 김천시와 협약을 맺었다. 2021년의 일이다. 치매극복 선도도서관의 활동으로 지역 주민을 섬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치매 극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며, 치매가 우리의 삶과 환경에 결코 두려운 것만이 아니라 친구와도 같이 인식하게 만든다.

아동들과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모님도 천진스러웠다. 방문한 기자에게 커피(또는 차)가 아닌 아이스바를 내놓았다.

그것을 먹으면서 대화하니 마음이 순수한 아동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금세 친구가 되어 속내를 다 드러내놓는 소년소녀들처럼 말이다.

자기의 살만 찌우기에 바쁜 시절에 사비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마음이 한결 돋보였다. 작은 정신 혁명도 이런 마음에서 움트는 것이리라.

책 읽기가 시들해져 가는 시대라고 한다. 책의 생명력이 오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도서관을 나오면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인터넷 문화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다. 사람과 책의 관계를 멀게 만든 장본이다.

그는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해도 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지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나의 사업 아이디어는 마을 도서관에서 나온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고, 그곳에 가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공간, 독서, 연구, 놀이, 쉼의 기능까지... 아포 마을N작은도서관이 지향하는 것처럼!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