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 매달 접하는 문장이다. 문화재청에서 발간하는 월간 <문화재 사랑>의 모토이다.

여기엔 '현재'가 생략되어 있다. 생략하는 것이 더 강하게 어필할 때가 있다. '어제를 담아 현재를 통하여 내일에 전합니다' 이게 완전 문장인데 중간에 군더더기의 기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월간 <문화재 사랑> 8월호가 막 도착했다. 만날수록 더 만나고 싶은 사람처럼 기다려지는 그런 책이다.

8월호 특집으로 '한국의 동굴'이 포착되었다. 편집진에서 그것을 '한국의 동굴 그 이상의 가치'로 정리해 놓고 있다. 다소 고혹적인 카피이다.

이번 호엔 전체를 두 파트로 나누어서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부 깊이를 나누고, 2부 새기다. '깊이를 나누고'에 일곱 꼭지, '새기다'에 열세 꼭지를 배치하고 있다.

꼭지 수로 보면 7대 13이지만 글의 무게감으로 보면 1부가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다.

1부 '깊이를 나누고'에는 이런 열쇠 말을 내 세우고 있다. 백과사전을 찾아가며 미리 배경 지식을 쌓아두면 좋을 것이다.

대죽도, 고창갯벌, 수구다라니, 밀양 백중놀이, 채상장, 팽나무, 창경궁 등을 미리 숙지하면 각 글의 이해가 빨라진다는 얘기이다.

2부 '새기다'에서는 '식민지 수탈과 현대 산업화의 흔적 군산 내항', '고구려 사신도', 일제강점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비애를 다룬 글이 눈을 붙든다.

또 거제 방하리 고분군 4차 발굴로 그것이 가야 무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대사의 빈칸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쾌속정처럼 내달리는 디지털 시대에 활자로 독자를 만나려는 <문화재 사랑>에 남다른 애정이 가는 것은 쉰세대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몸짓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과거를 배격하지 않고 현재를 읽으면서 내일을 바라본다고나 할까.

사자성어로 축약하면 법고창신(法古創新)이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문화재 사랑>을 읽는다. 고마운 마음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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