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오기 정치의 끝판왕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글 제목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되든 말든 쓰겠다. 지금의 정치는 오기가 판 치는 것임엔 틀림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제일 덕목은 국민의 생각을 읽을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겸손한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생각을 접는 게 옳다. 그것이 정치력이고 진정한 리더십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것과는 상반되는 길을 걷고 있다. 그것도 즐기면서 말이다.

정권 출범 때 한동훈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오기 정치의 신호탄이었다. 국민과 야당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이른바 '마이 웨이(My way)' 선언이었다. 독선의 기미가 보였다.

지금 우리는 정치 실종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국민은 21세기 정치를 바라는데 집권 여당, 특히 대통령은 어두운 20세기 정치로 응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것을 두고 흔히 역사의 후퇴 현상이라고 한다.

독재 정치로 일관하면서 독재가 아니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총칼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군사 독재가 그랬다. 독재를 구가하면서도 '독재'라는 단어는 기피어가 되었고 싫어하는 말이 되었다.

오늘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에 임명했다. 한동훈 이후 오기 정치의 예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았지만 이동관의 경우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갖고 있는 극우의 눈이 언론 지형을 어떻게 헤집어 놓을지 모른다.

지금 국민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극우 지향 종편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에 극우 종편은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MB맨들의 귀환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을 갈등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지지세력인 소수 극우만을 국민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건전한 다수를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 단언컨대 지금 독재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검경의 권력 기관과 언론만 장악하면 독재의 길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한다. 무소불위의 힘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언론이 읊조려 주면 되니까.

정정당당한 싸움에 자신이 없는 정권일수록 편법을 생각해 내는 법이다. 양심에 화인(火印) 맞은 정권은 불법과 편법에 능수능란하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비효율적이어서 귀찮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나타난다. 공의에 입각해서 불편부당하게 판결해야 하는 사법부도 권력에 쉽게 순치된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는 한 술 더 떠 권력을 합리화시켜 주기까지 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헌재의 기각판결이 대표적이다. 이태원 참사는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지 않나. 때문에 국민 안전 관리의 콘트롤타워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이 귀결되는 것이다.

일국의 국무위원쯤 되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직접 죽여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예방하지 못했고, 수습 과정이 미숙했기 때문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게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무해 주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여 준 정권의 태도는 잘못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책임? 딱 그 수준이다. 군림만 있고 섬김은 찾아볼 수 없는...

그러니까 초록이 동색이라고 확신하고 헌재에 헌법 소원까지 하지 않았나.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니 앞으로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국민 전체가 아닌 극우 지지세에 얽매어 있는...

오늘 이동관을 방통위 위원장으로 임명함 것도 이상민 헌재 기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상민은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탄핵한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가가대소다.

독재를 좋은 정치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방 후 우리의 헌대사에서 민간 독재로 이승만, 군사 독재로는 박정희를 든다. 이 정권 들어 이승만을 국부,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다.

극우의 피가 짙은 지금의 정권이 이승만과 박정희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따져 보자. 독재하다가 쫓겨난 국부가 어디 있으며, 같은 식구인 부하의 총에 맞아 죽은 영웅이 세계 어디 있는가.

'오기 정치의 끝판왕'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된 데는 측근들의 잘못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아닐 때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 죄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부나방밖에 없다.

이기붕이 없었다면 이승만이 쫓겨나다시피 하와이로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지철이 없었다면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지 않았을 것이다. 측근의 중요성은 마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 적용되는 법칙이 있다. 바로 용수철의 법칙이다. 누르면 누를수록 더 튀어오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권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가 권력 행사의 옳고 그름은 뒤에 그대로 드러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