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식(함석헌평화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요즘 많이 노곤하다. 낮에 잠시 낮잠을 청했다. 그새 꿈을 꾸었던 모양이다. 꿈속에서 천당에도 가보고, 지옥에도 가보았다. 거기 두 곳도 죄다 물난리다. 그래서 그 물이 지구 땅 대한민국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천당에 가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옥에 가보니 대한민국에서 나쁜 짓을 하다 간 귀신들만 잔뜩 우굴터 앉아 있는 방이 하나 있었다. 지옥 안에는 한국에서 죽어 귀신이 된 이른바 지도급 인사들만 갇혀 있는 지옥방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가만히 기웃거려 보았더니, 이승만 귀신은 아파서 드러누워 있고, 최규하 귀신은 멍청하니 천당만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도 대장 노릇하는 귀신들이 있었다.

박정희 귀신과 전두환 귀신이다. 그들 주변에는 그들을 따랐던 장관 귀신들이 빙 둘러앉아 있다. 박정희 귀신과 전두환 귀신이 무슨 말들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가서 엿들어 보았다.

박정희 귀신이 혼자 말로 중얼거린다.

“대한민국 중부지역에 큰비로 산사태가 나고, 도로가 유실되고, 집들이 떠내려가고, 논밭이 물에 잠기고, 축사가 무너지고, 닭집의 닭들이 죽어 나가고 있네. 그런데 대한민국의 통령(統領)이라는 작자가 외국에 나가서 급히 귀국하기는커녕, 엉뚱한 짓거리만 하고 돌아다니네.”

​“군대도 안 갔다 온 지가 뭘 안다고 남의 나라 전쟁터에는 왜 가? 그리고 김(金)인가 하는 여자는 수행원들을 끌고 외국의 명품 가계에서 명품만 사대고... 딱하다 딱해, 적어도 육영수는 안 그랬는데” 하고는 박정희 귀신이 혀를 쯧쯧 찬다.

​전두환 귀신이 한마디 거든다.

“나라 안에서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통령 부부 하는 짓거리가 가관이네요. 나도 정의로운 말을 타락시키고 정의사회 구현이라고 사기 치고 왔지만, 재들은 사실이요, 진실된 말을 자꾸 괴담이라며 플랜카드까지 만들어 길거리에 걸었네요. 해도 너무 한 것 같아요.”

그러자 박정희 귀신이 두환이 귀신한테 이른다.

“야 임마, 정치는 다 그런 거야. 재들이 내년 총선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수당이 되어 헌법을 개정해야 되지 않나. 재가 한번 통령을 하더니 신이 났지, 기분 좋잖아.”

그리고 두환이 귀신을 부른다.

​“두환아!”

“예 귀신 각하”

“야, 재가 이 물난리를 핑계 댄다면 누구한테 댈까. 하늘일까 땅일까?”

두환이 귀신이 대답한다.

“​아마도 문재인 때문에 물난리가 났다고 하겠지요.”

​정희 귀신이 말한다.

“재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문재인 물고 늘어졌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해 답답할 거야. ​너도 잘 알아두거라. 사람이 자기 옛 주인을 자꾸 물고 늘어지면 안 되는 법이야. 너 누구 때문에 각하 소리 들었냐?”

“​아, 예 다 각하 덕분이지요.” 하고는 두환이 귀신이 “저는 각하를 배신한 적이 없지요?” 한다. 그리고는 “제가 누굽니까. 의리의 사나이 아닙니까.”

​“그래 너는 나 때문에 통령을 해 먹었지. 그런데 너 진짜 남은 돈 26만 원밖에 없냐? ​재는 공금도 횡령한 것 같은데, 아직 들통이 안 났나?”

​“에고 다 아시면서... ”

“재는 누구 덕에 통령이 됐어? 문재인 아니면 지가 통령이나 되었겠어, 그런데 자꾸 문재인 물고 늘어지면, 재 얼마 안 가 탈이 날 거야. 2번째 탄핵당하는 통령이 될 것 같아. 하필 내가 만든 당을 이어받았던 애들만 탄핵을 당하게 생겼으니 이건 내 원 참...”

“​야, 그런데 한국 땅의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이번 물난리가 심한 곳이 대선 때 재를 많이 찍은 동네라지? 그게 정말일까. 두환아, 너 천당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봐라, 그게 정말인지...”

​그때 천당에서 벼락같은 소리가 들린다.

​“야 이놈들아! 그만 떠들고 불공이나 드려라. 니들 한 1,000년은 불공을 드려야 할 거다.”

​그 말에 깜짝 놀라 나는 지옥 가면 안 돼 안 돼 하고 발버둥을 치다가 눈을 떴다. 한바탕 꿈이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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