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서이초 교장의 입장문을 보고

서울 서이초의 23세 새내기 교사의 죽음 후 그 학교 교장 명의의 입장문이 나왔다.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일부 SNS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죽은 교사가 교내 학폭 담당이 아니라 나이스 담당 교사였고, 1학년 담임은 스스로 원해서 맡았다는 것이다. 또 반에서 학폭 관련 사고는 없었으며 이런 일로 교육지원청에 간 적도 없다고 했다.

새내기 교사가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두고 서이초 교장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력 정치인의 손녀가 이 학교에 다니지 않았으며 학부모들의 민원도 없었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 그 지역에 거주한다는 그 정치인이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한 점 의혹 없이 조사해야 한다.

학부모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동료 교사들의 증언은 학교장의 입장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유족들의 요구대로 죽음의 근본적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학교장 입장문을 보면 학교는 잘못이 하나도 없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가 문제라는 식이다. 사자 앞에서 모든 것을 발뼘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전형적인 방법 아닌가.

교육에서 양심과 정의를 찾는 것이 우스운 사회가 되었지만 서이초 교장의 입장문을 보고 이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듯해 서글프다. 비상식과 불의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 담임 선생님의 죽음 앞에서, 아이들에겐 아파서 학교에 못 나왔다거나 교실을 옮겨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사실 호도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새내기 교사 A씨를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돌연 앞당겨 여름방학을 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통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세상을 뜬 선생님을 추모하는 마음은 찾을 수 없다.

유명을 달리한 새내기 교사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왔다. 교문 밖 좁은 공간은 추모하기에 불편하다. 그뿐 아니라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정문을 열어달라고 해도 문을 꽁꽁 걸어잠궈 공분을 사고 있다.

취재 차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그 학교 교사들도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인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입장문에서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처신이다.

교육이 휘청대면 국가의 장래는 어둡게 된다. 교육이 살아 있으면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자기 식의 입장문을 낸 서이초 교장이 깊이 새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