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한 새내기 담임 선생님의 죽음

아직도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 특권이 떳떳하게 판치는 세상, 힘 없는 사람은 여기 저기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특권층으로부터 린치를 당하다가 목숨을 앗길지 모른다.

강고한 기득권의 성채를 무너뜨리려다 도리어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목숨을 잃어야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숨 죽이며 살다가 가야 하는 것이 서민의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서울 그것도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새내기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모 3선 국회의원의 손녀가 속한 반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이 지금 무슨 큰 벼슬이 된다고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는 전언이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이 놓여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그 국회의원의 손녀가 속한 반 직전 담임도 그 가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담임이 교체되었다. 국회의원 손녀의 가족이 새로 담임을 맡은 새내기(25세) 담임 선생님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롭혔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자기 딸이 화장실 가는 거 수시로 체크해서 알려라, 자리는 어디에 앉혀라, 우리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느냐 등등. 그 국회의원 손녀 학폭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육지원청, 학교, 진상 학부모가 한 통속이 되어 담임 선생님을 괴롭혔다.

썩을 대로 썩은 정치권과 교육계에 기대하는 게 많지 않은지라 그냥 지나치려다가 1998년생 25세 선생님이 미처 피지도 못하고 특권층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화나서 기자수첩 형식을 빌려 몇 자 적는다.

3선 국회의원의 손녀와 연관되다 보니 교육지원청에서는 엠바고를 걸어 기사 못 내게 하고, 학교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수련회를 가거나 정상등교를 했다.

그 돌아가신 반 담임 선생님 아이들은 교실에서 수업하지 못하고 과학실로 옮겨 수업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아파서 못 나온다고 학교에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특권 없는 세상, 공정과 원칙은 이 정권이 내세운 모토다. 한 새내기 교사의 죽음을 가볍게 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서울교육청과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 그리고 손녀의 담임 선생님을 종처럼 인식하고 갖은 행패를 부린 그 3선 국회의원 가족이 수사 대상임은 물론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의 처리는 공정과 원칙이 더 정밀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