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군주민수(君舟民水)의 교훈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누구를 탓하겠는가? 극우 세력에게 정권 빼앗긴 게 잘못이지. 대통령이 극우 망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밑의 것들은 그야말로 가관도 아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사의 가치 훼손을 줄이는일이다. 역사는 개인의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정파가 좌지우지해서도 안 된다.

박근혜 탄핵 사유가 국정농단에 있었지만 여기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도 한몫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역사는 정권 잡은 대통령이 바꾼다고 바꿔지는 게 아니다.

그런데 무엇하다가 튀어나온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박민식이란 이가 역사 농단의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보훈부장관이라고 한다.

장관쯤 되는 자리엔 극편향적 인사를 임명하면 안 된다. 갈등과 분란을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는 정제되지 않은 말로 극우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는 듯한 언사를 일삼고 있다.

민주유공자법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 정도로 쌓아올리는 데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당연한 예우다. 박민식은 그것을 부정하고 이상한 논리와 잣대를 들이댄다.

민주유공자법을 좌파진영의 역사 가로채기라며 괴변을 쏟아내고 있다. 대학에서 또 사회단체에서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 쟁취를 외칠 때 그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극우논리의 전사인듯 편향된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박민식 보훈부장관

그의 천박한 인식은 뜬금없이 죽은 박원순을 끌어들인다. 민주유공자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박 전시장이 민주유공자로 부활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얄팍한 선동에 다름 아니다.

극우 세력을 비롯해 그야말로 '특정 세력'이 박 시장을 성추행범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입증된 게 하나도 없지 않나. 피해자라는 이의 입만 있을 뿐.

설령 박민식이 알고 있듯이 그를 성추행 가해자라 해도 이런 문제는 민주 유공자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거를 수 있다. 박민식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낮춰보고 있다.

윤석열과 그가 말하는 자유는 솔직히 말해 반공의 대체어 아닌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다. 평화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질 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유가협 회원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정권 쥔 자들은 검찰공화국이 아니라고 하지만 검찰 출신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칼을 갈고 있다. 그들에게 엎드리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박민식도 검찰 출신이 아닐까 싶은데, 객관적인 눈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보훈부장관은 극단적으로 편향돼 있거나 특정 정파의 입장에서 일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 것이다.

비이성적이고 편향된 사고는 후일을 어둡게 만든다. 자기와 다른 생각도 귀를 열어 듣고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유공자법은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극소수의 사람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반공에 매달려 그들만의 '자유'에 집착해 온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이 땅의 민주주주의 여정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런 자들이 역사의 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선정은 기대하지 않겠다. 좀 상식의 세계에서 살아보자. 도대체 대통령 부부로 인해 국격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 대통령 부부가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바이든-날리면’에서 시작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전개되는 현상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말도 안되는 ‘건(件)’을 가지고 어거지로 합리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권력을 바라보며 ‘X파리’처럼 붙어 앵앵거리는 대통령 측근과 언론들을 보면서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이 사자성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