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깜'이 안 되는 사람이 권력자에 매달려 당 대표가 되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극우 유튜버 수준의 저급스런 말로 정치판을 더럽히더니 급기야 지난 국회 대표 연설을 외주 맡겼다고 해서 또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뒤에 그의 대표 연설 동영상을 시청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문맥과 감정 매치가 부자연스러웠으며 제스처의 강약도 말과 잘 연결되지 않아서 극우의 아바타가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기도 했다.

원인은 연설 원고의 외주에 있었다. 대통령부터 당 대표 그리고 당원에 이르기까지 극우 경쟁을 하고 있는 정부여당이다. 김기현의 대표 연설도 극우 성향의 글쟁이에게 맡겨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많다.

이렇다 보니 그의 연설의 시종이 극한 언어를 동원한 야당 공격이 주였다.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자에게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는 모습만이 두드러졌다. 주먹과 손가락질만이 난무해 도리어 어지러웠다.

연설문은 본인이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연설이 자기 말, 자기 생각을 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쁜 일과, 얕은 지식, 부족한 문장력 등으로 연설문 작성에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중요한 것이 어떤 사람에게 맡기느냐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균형잡힌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만이 상대 당을 설득해 내고 국민에게 다가가는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호평을 받게 된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에 의하면 김대중 노무현 양 대통령은 이 점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연설문 비서관이 작성한 원고가 훌륭한 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몇 번이나 교정을 했다고 한다.

이럴 때의 교정은 극단적 언어를 순화시키고 감정적인 말을 이성적으로 고치며 또 연설에 상처받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한 진영 또는 당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니까.

사람은 분수에 맞게 놀아야 한다. 또 역량에 맞는 감투를 쓰는 것도 지혜에 속한다. 그렇지 않을 때 핫바지에 양복 상의를 걸친 것처럼 어색하다. 이상한 언행이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 하고 튀어나온다.

단적인 예가 윤석열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아닌가. 사과했으면 끝날 일을 권력을 동원해 아니라고 합리화하다 보니 무리수가 따르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모면하는 것 같지만 뒤에 더 큰 대미지로 돌아올 것이다.

김기현도 거기에 장단 맞추느라 막말 퍼레이드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며칠 전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마약에 도취한 듯 제 정신이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국힘당 김기현 대표는 지난 1일 울산시당 선출직 당직자 워크숍에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올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처리한 것을 두고 마약에 도취됐다며 비난했다(사진=News1)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출발부터 다르다.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이 아니라 참사를 여하히 축소시켜 정권의 안전핀 마련에 눈이 쏠려 있다. 그러니 패스트트랙에 대해 저렇게 길길이 날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모난 말, 극한의 언어는 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이 피해야 할 첫째 항목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것은 일반 당원들의 몫으로 돌리고 여당 대표쯤 되는 사람은 보다 성숙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 정치가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만든 데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중 대통령과 여당 대표, 여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이른바 집권 여당 지도부의 막말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것 고치지 않는다면 분열과 갈등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당 대표는 싸움꾼으로서가 아니라 중재자 화해자로 더 필요하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우리 정치가 꼬여 국민이 불안해할 때 팔을 걷어붙이고 야당 대표와 담판을 해서라도 정치를 복원하려 했다.

그런데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지금 앞장서서 '깽판'을 놓고 다니는 상황이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내년이 총선이다. 여야 모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정치의 판이 새로 짜여질 가능성이 많다.

여야가 서로 상대방에게 '이런 식으로 해서 표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며 비아냥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자기 당이다. 막말 정치로 표 얻을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김기현 대표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민도가 많이 성장했다. 진실이 결여된 정치인은 국민이 먼저 안다. 독재도 경험했고 민주주의도 몸소 체험한 우리 국민이다. 막말이 정의로 포장되어 횡행하고 있지만 국민은 옳고 그름을 먼저 안다. 국민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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