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일보의 기획보도 ‘도서관 순례’ 중 대학도서관은 처음이다. 약속도 하지 않고 방문했다. 도서관장 또는 사서 책임자와 인터뷰가 성사되지 않으면 쓰던 다른 글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은 말끔하게 변해 있었다. 전에 왔을 때는 좀 어둡고 우중충한 가운데 굳이 찾는다면 고졸미 정도였는데, 오늘은 호텔 로비를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1층 커피숍도 거기에 맞춰 세련미를 더했다.

세련미를 더한 중앙도서관 로비

비교적 장거리에 속하는 운전이어서 화장실부터 찾았다. 화장실도 이전을 했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직원인 듯한 분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었다.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충분할 텐데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다.

그의 친절이 고맙기도 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 준 데 대한 궁금증으로 도서관 직원인지 물었다. 8할 정도의 확신을 갖고 물었는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도서관장입니다." 이럴 수가! 방문 목적이 의외로 쉽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 그러시군요. 김천일보에서 왔습니다. 잠시 후 대담 나눌 시간을 갖고 싶은데 어떠신지요?" 그는 즉시 화답했다. "예, 그렇게 하시죠."

관장실은 1층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명함을 주고 받았다. 전정기 교수는 학교의 중요한 보직을 두루 거치고 있었다. 도서관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명함을 만들지 못했다며 기존의 명함을 내놓았다.

전정기 도서관장의 친절한 안내

무역학부 교수로 도서관장과 항공산업산학협력추진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얼마 전 대구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신공항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좀 엉뚱한 질문으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전통적으로 도서관장은 문사철(文史哲) 전공자들이 많이 맡는 경향이었는데, 무역학부 교수님이 맡았다는 것이 좀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도서관장을 맡으신 특변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예, 전에는 문사철 전공자들이 도서관장을 많이 맡았었지요. 지금은 그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관리와 경영 양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은 관리보다 경영에 더 비중을 두고들 있습니다. 경영을 잘 해야 도서관이 현실에 발맞추어 자기 역할을 해 낼 뿐 아니라 생명력을 갖게 되거든요."

영남대학교엔 중앙도서관뿐 아니라 이공대에 과학도서관, 법대에 법전원도서관, 의대에 의전도서관이 있어서 그 분야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중앙도서관만 해도 장서가 120만 권 정도된다. 도서관의 활용도 내지 이용도를 물어보았다.

다른 대학 도서관들도 비슷하지만 학기 중엔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시험 기간엔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로 이용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도서관을 지역에 완전 개방, 회원으로 가입하면 재학생과 동일한 자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장서 감량을 고민하는 도서관... 고문서 및 고지도는 희귀 자료로 분류

멀티 미디어 시대로 급격히 이전되는 과정에서 120만 장서 중 20만 권 정도를 빼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웬만한 도서는 전자책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pc로 볼 수 있다.

책의 전성시대 땐 학생들의 대출 편의를 위해 장서를 복본(複本)으로 구입, 장서가 그만큼 늘어난 것도 책 정리의 한 이유가 된다. 소장 된 같은 책 여러 권 중 한 권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한다면 서장고는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다.

영남대 중앙도서관이 특별히 내 세울 만 학 것이 있는지, 다른 대학도서관에는 없는 특별한 무엇... 전 관장에게서 즉답이 나왔다. 한 뜻있는 지역 인사로부터 기증받은 고문서 특히 그 중 다량의 고지도를 들었다.

이 고문헌은 국공사립을 통털어 영남대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본이라고 했다. 지도들은 마이크로 필름으로 전산화시켜 놓아서 누구든지 쉽게 열람이 가능하다. 원본 고지도와 고서는 적당한 온습도를 유지하는 등 보존ㆍ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도서관의 개념을 바꿀 꿈... 책에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대학 도서관은 내용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도 중요하다. 크기도 크기지만 갖고 있는 상징성도 그것 못지 않다. 전 관장은 도서관이 학생들의 활동 공간이 되고 늘 찾고 싶은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도서관의 기존 관념이 연구ㆍ학습에 있었다면 외연을 확대해 복합 문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생각의 첫 실천으로 1층을 호텔 로비처럼 바꾸었다. 공부뿐 아니라 놀며 쉴 수 있는 곳으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운영 방침의 산물이다.

전 관장과의 대화는 도서관을 넘어서서 대학 전반으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는 대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염려가 컸다. 대학의 생존을 국가가 쥐락펴락 할 것이 아니라 자율에 맡기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선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대학 등록금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10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 발전과 교수 연구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경영학 교수 입장에서의 견해지만 대학도 국제 경쟁력 선상에 놓여 있는 만큼 진지한 검토가 따라야 할 것 같다.

전 관장은 무엇보다도 도서관이 대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에 가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피곤할 때 가서 쉴 수 있고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자신의 '끼'를 살려 마음 껏 펼치며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을 그리고 있었다.

미디어 문화 지배 속에서도 책의 고유 기능은 여전할 것

마지막으로 멀티 미디어의 대중화로 책을 멀리하는 시대에 도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를 물었다. 책의 기능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지식과 책을 통해 얻는 그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의 뇌 저장성과도 관계되는데, 인터넷은 지나치는 정보-그래서 곧 뇌에서 사라지는, 책을 통한 정보는 보다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영역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학생 둘이 관장실로 들어섰다. 면담이 약속된 그 학생들이다. 전 관장을 일어서서 반갑게 학생들을 맞았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이 제자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겨났다. 가까이 있더라도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멀리 있더라도 친근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전 관장의 배웅을 받으며 관장실을 나섰다. 들어올 땐 흐렸던 날씨가 바뀌어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를 촉촉하게 적시는 비로 여겨졌다. 생각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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