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유혹
                           詩 / 황동규

난세에는 떠도는 것이 상책이다.
너는 말한다.
굴원을 보라 두보를 보라 랭보를 보라
문질러진 고향을 지니고 떠도는 자들,
그들의 눈의 물에
무수히 비치는 지평선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지평선도 있었어.
해들이 지지 않고 서쪽 하늘에 계속 머물러 있는
저녁도 있었어.
너는 말한다.

나는 꿈꾼다
부풀어 빵처럼 부풀어 터지는 지평선을
지평선 터진 사이로 원무를 추는
원무를 추며 지평선을 꿰매는
서로 손잡은 무희들을.
 

* 맞다. 여행은 사람을 유혹한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 화가 날 때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시인은 그 마음을 '난세에는 떠도는 것이 상책이다'라고 단정한다. 왜 '떠나는'이 아니라 '떠도는'일까? '나그네'를 염두에 두고 이 시를 썼을 것이다. '나그네'는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사람 아닌가. 영어로는 traveler, 진정한 여행자이다. 시인이 끌어들인 굴원ㆍ두보ㆍ랭보도 난세에 떠돌 것을 노래한 시인들이다. 여행의 궁극을 지평선의 저녁 놀에 맞춘 것도 재미있다. 하루의 여행도 막을 내리고 묵을 곳을 걱정해야 할 때... 하지만 그것을 초월한지 오래이다. 무희들의 맞잡은 손에 무한한 황홀감이 몰려 올 뿐!(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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