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군의군 군위읍 군청로 175. 군위도서관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군위도서관의 정식 명칭을 온전히 소개하자면 꽤 길다. ‘경상북도교육청 삼국유사군위도서관’.

먼저 도서관이 경북교육청 소속 기관인 것을 알 수 있다. 군위도서관이 개관된 지는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 1975년이다. 2009년 도서관을 신축하면서 군립군위도서관과 교육청 소속 군위도서관을 통합해 오늘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삼국유사와의 연관성이다. 군위군에 가면 삼국유사란 단어가 곳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군위군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꿀 정도로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승 일연이 만년에 삼국유사를 쓴 장소가 이곳 인각사(麟角寺)였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런 이름의 도서관도 오는 7월 1일자로 대구광역시로 편입된다. 따라서 대구교육청 소속 기관으로 명칭이 변경될 것이다. 방문한 날 도서관장은 출타 중이었다. 마침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김모래 주무관이 안내의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도서관은 지상 3층으로 된 현대식 건물이다. 1층은 사무실과 어린이자료실 등이, 2층에는 관장실과 종합자료실 등이 그리고 3층에는 열람실과 강의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2층의 삼국유사 자료실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이 적지 않은 규모의 도서관을 13명의 직원이 달라붙어 군민들에게 책과 문화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가 디지털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책 보유량 즉 장서의 의미가 줄어들고 있지만 군위도서관의 현재 장서량은 8만 4천여 권이라고 했다.

요즘은 연로한 이용자들을 위해 ‘큰 글자’ 도서와 다문화가정이 늘어감에 따라 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외국책 확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 나라 고유의 문자로 생활을 익혀나가는 것은 정신 영역의 성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도서관 이용자 현황을 물었다. 작년(2022년)의 경우 연 이용자 수가 31,313명이었다. 휴관 일을 제외한 날 수로 나누면 하루 1백 명 정도가 이용한 것이 된다. 그럼 대출은 어떤가? 관내·관외를 합해 69,520권이 대출되었다. 이것을 하루 대출 권수로 환산하면 230여 권이 되는 셈이다. 적지 않은 양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연령대별 분포는 대학생 이상 성인이 75%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유·초등 어린이가 17%, 중고등학생이 8%이다. 중고등학생의 독서 욕구는 많은 부분 학교에서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함께 우리 고대사 연구의 보고(寶庫)다. 역사는 인문학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분야이다. 이 도서관도 예외없이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게 보였다. 인문학 아카데미, 길 위의 인문학, 찾아가는 행복 詩 콘서트 등에 대한 군민들의 호응도가 무척 높다.

이런 여세를 몰아 오는 7월 한 달 진행될 '2023년 길 위의 인문학, 삼국유사 속 군위의 발견'이 진행된다. 7월 한 달 매주 토요일 오전, 총 5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강의에는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남철호 이사장이 강사로 나선다.

도서관을 둘러보다가 3층 휴게실 앞 앙증맞은 빨강 색 전화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휴대폰 사용이 활성화되기 이전 있었던 바로 그 공중전화 부스이다. ‘전화 받는 곳’이란 글자가 박혀 있었다. 휴대폰 전성의 시대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는 이미지로 읽혔다.

작은 소리로 조용하게... 도서관은 지식 정보를 만나는 장소인 동시에 '배려'를 배우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책이 좋아서 사서가 된 직원들, 대민 섬김이 몸에 밴 도서관 직원들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서관 문을 나섰다.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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