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대통령 놀이 - 김천일보 김천iTV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나라를 왜 이렇게 만드는 걸까? 대통령 놀이로 만족하며 임기를 채우려는 걸까?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한 경쟁의 국제 관계 속에서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 뛰어도 버겁기만 한 상황인데...

우리는 대통령을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지지자든 그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든 예외 없이 국가 구성원이란 얘기가 된다. 작은 차이는 극복하고 큰 것을 향해 함께 나가야 한다.

따라서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은 처신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은 과연 그런가?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할 사람이 한 진영의 선수가 되어 뛰고 있지는 않은지.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불쑥불쑥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될 때 화해시키는 사람이 되고 해결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생각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 양쪽 의견을 청취하며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관계가 풀리지 않을 때 식사라도 하면서 다독이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 야당 대표도 만나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에게서 그런 면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정부 여당 사람들만 불러 술을 마신다. 일이 있을 때 경중도 구분 못 하고 사사건건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것에서 대통령의 무게감을 느낄 수 없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싱 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의 '친미반중' 외교를 비판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부적절했고 국민들이 불쾌해하고 있다"며 직격했다. 섣부른 발언이다.

또 감사원과 갈등 관계에 있는 선관위를 두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단정의 말을 했다. 이것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론을 주고 일하라는 신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선관위 간부들이 자녀 등 지인들을 특채한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을 수사 기관에 맡기기도 전에 감사원이 특별 감사를 한다?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등의 친정권적 언동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인 지 오래다.

전 정권의 원전과 태양광 사업은 친환경을 염두에 둔 정책의 일환이다. 탈원전은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나라가 따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태양광 사업을 비리 카르텔이라며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전 정권의 정책에까지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전 정권 인사가 또 얼마나 무안을 당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중요한 국가 정책을 백년대계라고 하지 않나. 정권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바뀔 게 뻔한 정책을 진리라도 되는 듯 호들갑 뜨는 것은 책임 있는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안쓰럽게 생각되는 이유이다.

역사의 진전에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윤 정권이 하는 짓은 낭비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권 담당자들은 가능한 한 낭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문제는 이렇게 가볍게 처신하고 생각 없이 말하는 대통령을 말릴 측근이 없다는 것이다. 측근이라는 이들은 추임새 넣으며 장단 맞추기에 바쁘다. 대통령실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정부 및 관련 기관 요직에도 균형 잡힌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보수도 아닌 극우의 사람들이 포진해 대통령 놀이에 조연으로 희희낙락한다.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암울하기만 하다.

미련한 사람은 당대만 생각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래까지 헤아린다. 탈원전 파기, 냉전 복구, 노동ᆞ·농민 및 시민단체 적대시, 전쟁 불사... 듣기엔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크나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이 대통령 놀이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국민 위에 군림하며 독재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충언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