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에 피어오른 사랑의 향기를 찾아서...

내 청춘의 한 부분을 불태웠던 곳이다. 1980년부터 1985년까지니까 만 5년 넘게 나는 이곳에서 생활을 했다. 그 생활은 곧 활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야학을 했던 면목동천주교회는 많이 변해 있었다. 정문으로 사용했던 곳은 후문이 되고 그 반대편에 넓은 정문이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생활과 활동이 혼재되어있는 곳, '생활'과 '활동', 같은 것 같지만 다른 단어를 쓴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5년은 나의 대학 학창기와 겹친다.

매일 저녁 출근하다시피 한 곳은 면목동 천주교회였다. 성당이라고도 부른 이곳 지하 공간 세 개를 빌려 우리는 야학을 했다. 교사는 대학생 그리고 학생은 노동자.

낮에 일을 하면서 배움에 갈증을 가진 노동자들이 성당으로 달려와 대학생 교사로부터 교과목을 배우는 곳, 가르치고 배운다는 표현보다 나눈다는 게 더 적합하겠다.

실외 휴게소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는 우리의 마음은 소년·소녀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일부는 노동 현장에서 깨어있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일궜다. 또 다른 일부는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곳을 오늘(6월 10일) 방문했다. 40여 년 전에 피어올랐던 사랑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의미로웠던 시간이었다. 그때 나눈 사랑은 삶에 훈훈한 에너지가 되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은 오후 3시에 만나 면목동 둘레길을 걸은 뒤 성당으로 집결했다. 40여 년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까.

본당 건물 지하가 우리의 사랑반 교실이었는데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지하 교실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모든 건물이 생소했다. 본당도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탓에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하 교실의 흔적을 찾기란 어려웠다. 3평짜리 교무실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몇 곳을 지정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마침 마당을 가로질러가는 부제 신부님에게 우리가 방문한 목적을 설명한 뒤 함께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오늘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겠다. 하루의 공동 행동 중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 음식점 테이블에 착석한 순서대로 기억을 더듬는다.

마침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 교육관으로 향하는 부제 신부님에게 우리의 방문 내용을 설명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성현숙 김신실 이명재 최원정 박진희 이용우 김향희 정유린, 이미자 김명선. 참으로 정겨운 이름들이다.

모두 10명이다. 모인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피어오르는 열기는 뜨겁기가 한이 없었다. 성당 관계자들의 이름과 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양노엘 신부님, 사무장님, 요셉 아저씨, 윤리 과목을 맡았던 수녀님...

나이가 드니 사람이 그리워진다. 어떤 사람은 사람을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an animal that feeds on memories)로 규정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과거의 고난은 지나고 나면 행복과 이어질 때가 많다.

성당 마당 모퉁이에 조성되어 있던 덩굴 아치의 그늘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 곳은 예쁜 성당 카페로 탈바꿈해 있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 날이 짧은 우리들이다. 더 이상 욕심 내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살 각오를 다진다. 녹지 사람들은 뒤가 투명하여 좋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친구들!

이명재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