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수상] 혼밥 & 브레이크 타임

늘 함께 움직이고 또 같이 있다가 오랜만에 혼자다. 생각과 행동이 자유로울 것 같아 좋아했는데 그게 아니다.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이유를 모르겠다.

아내는 2박3일 일정으로 교육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 아내를 역까지 태워다 주고 도서관엘 갔다. 써 두었던 글을 마무리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집에 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혼밥을 경험하기로 했다. 자주 가던 음식점인데 혼자 들어가려니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움츠러든다.

"한 사람 식사도 가능합니까?"

"예, 그럼요."

마치 시험을 통과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했다. '혼밥 됩니까?'라고 물어보려다가 나이 지긋하신 분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예를 차려 점잖게 물은 것이다.

또 부딪혔다. 어떤 음식을 주문할까. 주문은 평소 아내 담당이었다. 내 식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시켜주는 대로 먹어만 주면 된다. 그래도 맛이 있었다. 가만있을 수밖에.

돌솥밥인 건 분명하다. 주문받고 앉혀서 밥이 완성되면 반찬과 함께 돌솥밥이 나온다. 그것을 구리그릇에 퍼 담고 나물을 넣어 비빈다. 함께 나온 된장국을 더하면 맛이 배가된다.

밥 퍼낸 돌솥에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든다. 비빔밥을 먹고 난 뒤 누룽지 든 숭늉을 마시면 금상첨화다. 맛도 맛이지만 시원한 숭늉에 소화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주문을 하려니 또 막히는 게 있다. 돌솥밥의 종류가 여러 가지였기 때문이다. 어떤 돌솥밥을 시켜야 하나. 즐겨 먹던 것이 어떤 거지? 가격도 1천원 간격으로 층층시하였다.

곤드레 돌솥밥을 주문하려다가 건강 돌솥밥을 시켰다. 두 돌솥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곤드레는 만드레’와 연결되어 어감이 별로이다. 그것도 주문에 악영향을 끼쳤다.

첫 숟가락을 막 뜨려 할 때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아내에게서 온 전화였다. 외롭게 혼자 식사를 하는 순간 전화가 오니 마치 아내가 와서 옆에 앉은 것처럼 반가웠다.

"어디에요?"

"시월반상. 막 식사하려던 참이야"

"점심이에요, 저녁이에요?"

"지금 몇 시인데... 당근 점심이지."

"많이 늦었네. 맛있게 들어요"

그러고 보니 시침이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모처럼 혼자 오붓하면서도 느긋하게 식사를 하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직원들이 왔다갔다하면서 눈총을 주는 것 같았다.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데 내가 색다르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후 3시가 다가오니 분위기가 더 초조하게 느껴졌다. 10개가 넘는 식탁에 식사 중인 사람은 3인.

공교롭게도 모두 혼밥의 사람들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음식점에 들어왔고 따라서 식사의 진행 속도도 비슷했다. 얼마 남지 않은 반찬과 바닥을 드러낸 된장 국그릇을 봐도 그렇다.

침묵을 깨뜨려서 어떤 방향으로든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었다. 물 좀 더 달라고 하려다고 남은 물이 너무 많아 참았다. 엉뚱한 질문을 했다. 보통 이상의 톤으로.

"음식점 브레이크 타임이 있습니까? 있다면 몇 시부터죠?"

"예,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입니다. 천천히 드셔도 돼요.“

이때 '천천히'는 '빨리빨리'로 듣긴다. 식사를 마치고 3시가 조금 지나서 음식점을 나왔다. 귀한 경험을 한 날로 기록된다.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 식사를 했다는 것, 브레이크 타임이 임박해 식사에 속도를 냈다는 것!!

이명재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