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순례] ⑬ 북삼도서관

지방의 읍·면 지역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소규모의 '작은도서관' 급은 자주 보아 왔지만 형식과 내용을 갖춘 '도서관'이 읍·면에 있는 것는 흔치 않은 일이다.

칠곡군은 3읍5면을 갖고있는 시 규모의 군이다. 인구도 11만 명이 넘는다. 군의 1년 예산으로 보나 상주 인구로 보나 시에 뒤지지 않은 역량을 갖추고 있는 지자체다.

읍을 세 개나 갖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왜관ㆍ석적ㆍ북삼의 3읍에 사이좋게 도서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역대 칠곡군 지자체장들의 인문학의 중요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지적 욕구이다. 대구와 구미의 중간 지대에 위치한 관계로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은 편이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는 곳으로 도서관만한 곳이 없다.

군청 소재지인 왜관읍에 있는 왜관도서관이 본관이고 석적도서관과 북삼도서관이 분관이 된다. 담당 김주희 주무관을 만나 북삼도서관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북삼도서관은 2011년 개관했으니 만 12년의 역사를 가진 도서관이 되는 셈이다. 주민들의 도서관 이용율도 높은 편이어서 평일엔 70여 명, 주말엔 100명 가까이 된다.

이용자 연령 분포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오는 유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성인들이 많다. 시험 기간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열람실을 애용하는 것은 여느 도서관과 같은 현상이다.

북삼도서관 직원들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도서관을 드나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 도서관은 북삼읍사무소ᆞ보건지소와 붙어 있다. 이곳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도서(圖書)'는 책의 다른 명칭이다. 따라서 도서관은 책을 갖춰놓고 사람들이 찾기를 기다리는 곳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는 도서관의 개념도 바꿔놓았다. 복합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이다.

북삼도서관만 보더라도 도서 4만6천여 권에 전자도서가 6천4백여 책이나 된다. 그러니까 전자도서의 비중이 전체의 14% 남짓 된다. 하지만 가독률로 따지면 그 비중은 크게 높아진다.

여기에 CD·DVD·Video Tape 등 비도서까지 포함시키면 멀티미디어의 위력은 한층 커진다. 요즘은 USB(Universal Serial Bus Memory)가 비도서의 대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삼도서관도 이 흐름에 동승한다.

북삼도서관은 군청 새마을총무과장이 분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3명의 사서직원과 공무직·계약직이 각 1명 그리고 야간 경비를 맡아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북삼도서관을 굴러가게 하는 엔진이다.

담당 김주희 주무관에게 도서관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책을 좋아해 자원해서 택한 길인 만큼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겸사(謙辭)의 답변이란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북삼의 도서관에 근무한다는 자긍심이 크다고 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을 사무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어른 또는 선후배로 만나게 되니까 애정이 더욱 돈독해진다.

북삼도서관에서 자랑할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라고 하니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꼽았다. 애기가 태어나면 책을 선물하면서 곱게 자랄 것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하라는 것이다.

북삼도서관 자체 강좌는 특별한 경우를 빼곤 개설하지 않고 있다. 예산과 성원(成員)의 문제 등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하는 주민이 있을 경우 왜관 본관에 연결해 주는 것으로 자족하고 있다.

북삼도서관 주위에 작은 도서관이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현대ㆍ화성파크 등 아파트 지역에 있는 작은 도서관들이다. 작은도서관이 도움을 요청해 올 땐 손발이 되어 주려고 노력한다. 끈끈한 협력 관계이다.

군립 도서관이니까 군의 재정적 지원이 많겠다고 넘겨짚자 운영에 적당할 정도라고 했다.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도서구입비가 올해 배로 증액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3천만원에서 6천만으로 늘어나 좋은 책을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군민의 바람을 읽은 단체장의 의지인 것 같다고 했다. 단체장이 도서관을 소중히 여기고 가꿀 때 그 지역엔 희망이 있다.

취재 중에도 청년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사람들까지 도서관에서 탐구의 열기가 이어졌다. 도서관은 있는 자체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때 의미가 있다.

가까운 거리의 구미시에도 여러 개의 도서관이 있다. 그럼에도 북삼도서관이 자기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애향 정신의 발로가 아닐까. 북삼도서관의 지적 무게를 느끼면서 문을 나섰다.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