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掌篇] 우보천리의 마음으로....

겨우내 실내에 갇혀 있다가 모처럼 바깥 산보를 나갔습니다. 음력에 따라 정한 절기가 신기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아내는 감복했습니다.

누가 이 절기를 만들었는지 그에게 큰 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춘분이 나흘 전이었군요. 봄 기운이 피어올랐습니다.

직지문화공원을 거닐었습니다. 한겨울엔 사람 보기가 힘들었는데, 드문드문 산책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봄 기운을 머금은 공기가 상쾌했습니다.

그새 몇 가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공원은 가공미가 더해져서 조성되지만 자연 친화적인 쪽으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옥에 티입니다.

입춘이 지나고 봄 내음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가운데 직지문화공원을 관통하는 개울물도 두터운 얼음과 오순도순 친구가 되어 있더군요. 이 얼음도 며칠 후면 자취를 감추겠지요?

개울을 덮고 있던 두터운 얼음도 힘에 부쳤는지 한쪽을 개울물에 양보하며 공존의 지혜를 발휘합니다. 멀지 않아 이 얼음도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요?

직지문화공원은 예술공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럴 땐 예술이 문화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동격이라 할 만합니다. 온갖 작품들이 즐비합니다.

대표적으로 조각 작품과 시비(詩碑)를 들 수 있습니다. 조각은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시비는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것입니다.

시들을 하나하나 음미해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들이어서 낯설지 않습니다. 잠간 시인이 되는 착각에 젖습니다.

오랜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빛 바랜 글자들이 눈과 생각을 집중하게 만드는군요. 공원을 관리 운영하는 곳에서는 봄 채비를 할 때 시비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직지문화공원엔 우리의 눈에 익은 시인들의 시비(詩碑)가 있습니다. 오랜 세파를 이기지 못하고 색바랜 글자들이 많았습니다. 관리 운영하는 곳에서 봄 단장할 때 시비도 신경을 써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동주의 '서시'인데 글자가 보이지 않네요.

직지문화공원에서 출발해 사명대사공원을 일주하는 해피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티켓 판매부스에 붙어있는 광고판을 보니 동절기(12월~2월)에는 운행을 안 한답니다.

느린 걸음으로 1시간 남짓 걸었습니다. 체력이 많이 저감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건강한 삶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입니다. 정신적 건강에 더해 육체적 건강도 생각할 때입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했습니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비록 육체가 점점 쇠해가지만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걸으려 합니다. 마을도 좋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직지문화공원도 좋고...(耳穆)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