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꿈꿉니다!

미술작가 이우환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예술이 되어야 합니다. 그 시대의 평균적 미학(감성)으로 살라고 하는 암묵적인 명령들이 넘쳐납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평균이란 어찌 보면 안정감을 담보해주고 안전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것처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평균이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수치적 이성과 감성이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벗어난 삶은 결단코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예술이다’라고 말할 때, 그 판별 기준은 근대적 성격의 유파적 특성을 함축하고 있거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aura)를 느낄 때입니다. 그 예술작품은 권위와 권력이 작용(Werk)합니다. 권위와 권력은 독재나 전체주의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술작품의 아우라(권력이나 권위의 상징)가 상실되고 예술은 숭배가치에서 전시가치가 되었다고 간파한 사람이 발터 벤야민(W. Benjamin)입니다. 영화와 사진기술은 도시의 곳곳을 보여주고 그 기계장치를 통해서 민중들에게 해방된 삶을 선사해주었다고 본 독특한 시각은 한편 자본주의 문화의 환등상(phantasmagoria)과도 같다는 것을 고발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발터 벤야민은 전체주의의 질병을 전세계로 퍼뜨린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 숭배’(Führer Kult)와 할리우드 오락 산업에서 부상한 스타덤에서 숭배가치의 부활을” 간파했습니다(강재호 지음, 곽현자 옮김, 발터 베냐민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북스, 2021, 195).

오늘날에도 파시즘의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파시즘은 민중에게 사유재산을 보존해주고 사물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대의민주주의를 버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중이 화폐권력을 좇고 시간권력을 향유한다는 착각에 빠질 때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습니다. 지배자들 혹은 권력자들은 자본주의를 통하여 정치까지도 미학화합니다. 정치를 상품화하고 민중이 정치를 소비하도록 강제합니다.

미디어를 통한 국회에서 벌어지는 스펙타클한 정치는 민중의 경험을 파편화, 마취, 물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들의 전략은 민중들로 하여금 정치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고 싶은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로써 민주주의 정치는 더 이상 자율적인 영역이 아니라, 파시스트처럼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한갓된 물품으로 등장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상품미학의 형식을 취합니다(강재호, 위의 책, 239-243).

더불어 “아름다움과 진리는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Friedrich-W. von Herrmann, 이기상·강태성 옮김, 하이데거의 예술철학, 문예출판사, 1997, 189)는 명제적 선언을 곱씹으며 자연 속에서 절대자유의 진리를 찾음으로써 자연에 대한 경박한 상품미학적 가치가 아닌 생태미학적 전언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지(the earth)가 자기 자신을 과학적 표상방식으로 내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지가 자기를 자신으로서 내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대지가 인간에게 닫아버리는 일이 없도록 기술과 과학에 어설픈 인공적 아우라를 부여하지 않는 평평한 정치기술, 정치커뮤니케이션을 구상할 수 있는 에코아나키스트들이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악이 무엇입니까? 생명 죽이기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 우주에 가장 귀한 것은 생명입니다. (…) 이 살았다는 이것 하나 때문에 종교도, 철학도, 과학도, 예술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명이 가다가 도달한 지점은 무엇입니까? 생명을 천히 여기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로 생겨난 것이 모든 악입니다”(함석헌, 함석헌전집5, 서풍의 노래, 1983, 135). 함석헌의 말입니다.

* 필자 김대식 박사 / 숭실대학교 철학과와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 강사, 함석헌평화연구소 공동소장, 밥상평화포럼 동지. 주요 관심사: 서양근현대철학 및 아나키즘을 토대로 한 정치·종교미학, 프랑크푸르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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