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그 동네까지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마음이 쓰인다. 무개념의 대통령을 세워놓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사람들을 매장시키려는 것에 웃음이 나온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아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상관할 바 아니다. 하지만 친윤을 빙자한 김기현으로 세를 모아주는 것에 억지춘향의 모습이 보인다. 김기현이 누군가? 험하기로 소문난 입으로 정치의 격을 떨어뜨린 자 아닌가.

그의 삶이 의롭지 못하다는 것은 고속철도 노선 변경으로 1,800배의 이득을 본 장본인이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권력을 이용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김기현이 흠결투성이 대통령과 어울리지 않는가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사회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데 정당 그것도 여당이라는 작자들이 독재 내지 전체주의를 좇아가서야 쓰겠는가. 당내 민주주의도 못하면서 어떻게 국가의 민주주의를 주창할 수 있겠는가. 사람을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원 경선 100%로 유승민을 왕따시키더니, 이젠 당내 지지도가 높은 나경원을 주저앉히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짜고 나경원의 불출마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초선들은 불출마 강요 성명을 발표했다.

뱃지 한 번 더 달아보겠다는 수작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뭇솔리니나 히틀러 시대에 유행한 말인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지껄여 댄다. 100여 년 전 전체주의자들이 불의한 권력 보지(保持)를 위해 애용했던 말을 지금 쓴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집단 최면에 걸려 있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작태이다. 지금 국힘당이 여당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통령이 함량 미달이면 여당과 행정부 그리고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잘 해서 보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곳은 대통령보다 못하면 못했지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다.

국힘당 당권 주자들. 왼쪽부터 안철수 유승민 김기현 나경원

나경원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나의 판단으론 그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많다. '바보들의 축제'에 흡수되고 만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때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끝나지 않는다면 극히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미운털이 박힌 나경원에게 더이상 돌아갈 권력의 자리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가 출마를 선언하고 완주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친윤의 허상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국힘당 당원이라고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사람에게는 약자를 동정하려는 마음이 있다. '내부의 적' 운운하며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흐름에 반발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나경원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경원에게 한 번 살기 위해서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느냐 아니면 영원히 살기 위해서 한 번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윤석열 중심으로'를 외치지만 내년 총선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할 때 레임덕은 썰물처럼 찾아올 것이다.

포스트 윤석열의 자리에 나경원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없다. 포스트는 스스로 확보했을 때 더 무게가 실리는 자리이다. 지금 윤석열과 국힘당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나경원이 출마해서 유승민 이준석 등과 손을 잡는 구도이다. 상대가 두려워한다는 것은 내게 유리한 구도라는 말이 된다. 나경원이 생각을 굳힐 때가 아닌가.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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