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한 엘리트 정치인의 현실 인식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다. 엘리트의 특징 중 하나는 인식의 객관성이다.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우(右)라고 해도 좌(左)를 살필 줄 알고, 전진과 후퇴의 조류 속에 잠시 멈춤의 여유도 가질 줄 안다.

그의 외모로 볼 때 튀는 성격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인격의 불비(不備)와도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종종 튀는 모습이 발현될 때가 있다. 이럴 땐 도리어 보는 사람이 당황스러워진다. 시각의 전도 현상까지 일어난다.

존재가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진리에 근접해 있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학창 시절 열심히 시위에 참여하며 사회 변혁을 외치던 친구였다. 대학교수로 오래 녹을 먹더니 ‘꼴’ 보수로 변해서 시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한다.

신선한 정치인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

그러나 아직도 난 지성의 힘을 믿는다. 웬만큼 배운 사람은 간접 경험으로도 편향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송언석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그렇지 않은 모습이 종종 보여서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든다.

지난 해 4.7 재보선 개표 날이었다. 당사 개표장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사무국 당직자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한 적이 있었다. 언론을 크게 탔고 여론의 구설수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는 탈당이란 꼼수로 위기를 넘겼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이상민 행자부장관 해임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 처리했는데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여당 의원으로는 권은희 의원만이 표결에 참석했다. 당론이란 이름으로 국회의원 개인 의사가 봉쇄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날 국회의 모습이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해임안 표결 전 그 부당성에 대해 국힘당의 송언석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사자후(?)를 토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국힘당 고정 지지자들은 송의 정제되지 않은 고성에 환호했을지 모르나 내가 보기엔 자충수였다.

이상민 해임 반대를 목청껏 외쳤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 발언이엇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공에 내지르는 소리 같았다고나 할까. 국민의 대표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들어라고 내지르는 소리로 들렸다. 이상민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상민이 해임되면 윤석열 정권 끝장이라도 나는가?

그의 말에는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부상자 가족에 대한 배려는 없고 오직 적대적 관계로 여기는 더불어민주당만 있었다. 그러니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도 그는 대야 창구 책임자 격인 원내수석 부대표 아닌가.

이런 자세로 야당과의 소통이 원활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여야 협치가 국민의 요구인데 이런 여당 원내 부대표에게서 국민을 기쁘게 하는 여야 협치가 과연 가능할까? 자신 있는 정권은 국민을 바라보고, 허약한 정권은 정권 보위에 집중하는 법이다.

진상 규명 후 책임자 처벌? 삼척동자도 그 참사의 책임자가 누구이며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지를 알고 있다.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경우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시장 등은 잘못이 없고 그곳에 간 젊은이들 잘못이라고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걸까?

책임자 처벌이 아니고 꼬리자르기를 시도한다면....

그것도 아니면 현장 수습에 애쓴 일선 경찰과 소방관들의 늑장 대처에 책임을 묻고 싶은 걸까? 일선 경찰서장과 소방서장 그리고 실무자들의 기소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며 말들이 많다. 아무리 아무추어 정권이라고 해도 일 처리가 이렇게 미숙할 수 있을까.

불경(阿含經)에 독화살 비유라는 게 있다. 독화살을 빨리 뽑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의 이름과 성별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종류의 화살인지,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쏘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며 부산을 떤다. 이것을 알기 전에는 절대로 화살을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윤 정권과 국힘당의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 논법은 이런 비유와 유사하지 않은가. 미련하기 짝이 없다. 국민은 어떤 정권이 집권하느냐보다 얼마나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정권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고 편안할 날이 하루라도 있었는가.

그 불안이 국가 발전과 국민 안위를 위한 진통이라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감내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꺼내기조차 유치한 내용들 아닌가. 대통령의 욕설, 주점 심야 술 파티, 부인의 패션, 거기에다 멘토라는 무속인의 황당한 언어 유희 등.

검찰개혁을 주문했는데 검찰공화국이 탄생하고

희망은 없고 대부분 국민을 절망케 하는 것들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지금 딱 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타개책을 찾을 생각은 않고 가 볼 데까지 가 보자며 전의에 불타는 정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두 번 겪는 건 아니지만 정권의 주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정권 들쑤시느라 여념이 없다. 압수수색 영장을 지니고 전국을 활보한다. 국민은 문재인 정권에 검찰개혁을 주문했는데, 도리어 검찰공화국을 만들어 주고 말았다며 뒷말이 무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권과 국힘당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야당과 국민이 협조하지 않는다며, 해도 해도 너무 한단다. 임기 반 년 조금 넘었는데 거머리 달라 붙듯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볼멘소리다. 먼지털이식 공격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래 맞다. 먼지털이식이다. 하지만 이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들이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것이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조국을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가. 정의와 공정 그리고 법치를 기대한 국민이 두 눈 뜨고 윤 정권을 바라보지 않겠는가.

조국의 먼지털이식 수사, 부메랑이 되어 정권에 돌아가다

신이 아닌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당시 정권까지 우습게 보고 검찰권을 휘두른 쪽에선 검찰개혁 추진에 총대를 메다시피한 법무부 장관 조국에게 완벽하지 않다며 사돈에 팔촌까지 털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먼지털이식 수사다. 별건 수사의 무한정 확대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윤석열 정권을 보는 잣대도 여기서 멀지 않다. 임기 내내 국민의 눈이 먼지털이식 눈으로 정권을 주시할 것이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정권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검찰 독재? 강대 강? 감정은 통쾌할지 모르나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상민 해임안 상정에 앞서 송언석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그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여당의 수석 원내 부대표 정도 되면 같은 진영이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언행이 아니라 상대 진영이 수긍할 수 있는 발언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 법이다.

송언석 의원, 영남이 아닌 타 지역에서도 당선될 수 있는 실력 길러야

송 의원이 영남지역 국회의원에 만족하고 여당 원내 부대표에 자족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국민 다수에게 신뢰받는 정치 지도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기 정파 나아가 자기 진영에 묶여 있어서는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생각보다 '꼰대' 기질이 강한 것 같다는 송 의원에 대해 주위에서 평들을 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변을 해 보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 내가 확신을 못하는 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가 사고의 폭을 확대하기를 바랄 뿐이다.

작은 정치인은 당리당략을 먼저 생각한다. 반면 큰 정치인 또는 크고자 하는 정치인은 민족과 역사를 늘 생각하면서 정치를 한다. 전자는 민족과 역사를 당리당략에 종속시키지만 후자는 그 반대다. 나는 송 의원이 우리 정치에 획을 긋는 지도자가 되기를 진정 바란다.

야당에서도 인정받는 의원이 될 때 나라의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

이 글은 송언석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독자가 없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행간의 내용까지 파악한다면 그의 정치적 성장 발전을 위한 조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큰 정치 지도자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숱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해야 한다.

영남 이외의 지역에 출마해도 당당하게 당선될 정도의 정치인, 상대 당 내지 진영에서도 인정받는 정치인, 무엇보다도 국민을 염두에 두고 폭 넓게 활동하는 송 의원이 되기를 바란다. 공격에 대한 방어는 극한 언어와 아스팔트에서 휘둘러대는 팔뚝으로는 어림없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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