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오랜만의 원행(遠行)이었습니다. 멀어도 꼭 참석하고 싶은 자리가 있습니다. 더조이유니언-목회자서로돕기운동연합이 창립 5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잔치를 배설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정말 '입수'입니다. 흥신소 직원이 찾는 사람에게 안테나를 곧추세우고 볼륨을 높여놓듯 그런 마음으로 더조이유니언을 보고 있었습니다. 잔치의 내용에 출판기념회와 작은 음악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옳거니 했습니다. 출판과 예술은 저의 관심 분야거든요. 출판기념회에 두 권의 책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김성찬 목사님이 편저한 <더조이유니언 이야기 우리 안에서 행하신 당신의 착한 일>과 신길교회 이기용 목사님의 책 <고난을 넘다>입니다.

책 제목에 내용을 이렇게 알차게 담아낼 수 있을까요. 앞의 책은 더조이유니언 5년 기간 동안 오고 간 사랑나눔 이야기입니다. 돈과 명예와 이름을 초월해 있는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사랑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사랑의 깊이에 감전되어 여러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기용 목사님의 <고난을 넘다>(두란노)는 그의 설교를 모아 엮은 책입니다. 중대형 교회라고 할 수 있는 신길교회를 담임하면서도 봉사와 섬김의 끈을 더욱 단단히 조이는 목회 철학은 '고난' 극복 과정이었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임을 잔잔히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도 기쁜 일인데 제게 숙제가 하나 주어졌습니다. <더조이유니언 이야기>(도서출판 노예스21)를 읽고 독후의 평을 짧게 전해 달라는 거예요. 제 순서에 다음과 같은 평을 전했습니다.

<우리 안에서 행하신, 당신의 착한 일> 독후의 평

“가까이 열리는 행사도 가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열리는 행사에도 가고 싶은 모임이 있습니다. 전 경북 김천에서 왔거든요. 결코 가깝지 않는 거리지만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몇 분이 책을 읽은 소감을 전할 시간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인데, 중복되지 않게 한 꼭지를 택하라고 해서 4부에 나오는 글 한 편 '동병상련'*을 하겠다고 했어요.

* 매년 이웃에 선을 베풀고 있는 작은교회가 이번엔 더조이유니언에 후원금을 보내겠다는 내용

​요령을 부린 거지요. 양심에 찔려서 '동병상련'이란 글이 포함되어 있는 4부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읽고 나니까 저도 모르게 책 첫 페이지에 눈이 가 있더라구요. 밤 늦게까지 완독을 했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첫 감정은 <우리 안에서 행하신 당신의 착한 일>이 '사랑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책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나오는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하나가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그것도 계산되지 않은 사랑...

​두 번째 가진 느낌은 산소와도 같은 청정함을 선물하는 책이라는 것입니다. 책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책이라고 다 유익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 더조이유니언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은 정신을 맑고 밝게 해 주는 책입니다. 성경에 흠뻑 젖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 전체의 주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동병상련(同病相憐)'입니다.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이 한자 풀이지요. 하지만 의미는 그것 이상입니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나의 일처럼 느끼면서 가엾게 생각한다’입니다. 여기에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1쪽부터 264쪽까지 사랑에 덧입혀진 '동병상련'이 차고도 넘쳤습니다. 편저자 김성찬 목사님의 감미로운 윤문(潤文)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때로 범벅이 된 정신을 세척하는 청량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출판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작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어제 행사에서는 함께 한 분들에 비해 제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귀족들의 잔치에 참석한 남루한 차림의 농군의 모습이었다고나 할까요. 참으로 초라했습니다. 허리춤을 고쳐잡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작은 음악회를 아름답게 채워 준 이수만(테너), 배철(테너), 차동수(바이올리스트), 이보배(첼리스트) 등의 찬양과 연주는 장소가 협소해서 아쉬웠지만 음악적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더조이유니언장로합창단의 식전 찬양은 풍성한 행사를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만나기 쉽지 않은 분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김성찬 목사님, 이기용 목사님, 양동춘 목사님과 사모님, 정재우 목사님, 손동식 박사님, 박이경 목사님, 황경석 장로님, 류순화 사모님 등 여러분들은 동시대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하나님의 귀한 종들입니다.

자정이 다 되어 김천 집에 도착했습니다. 육신은 다소 피곤했지만 잔치에서 받은 은혜로 기분은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이날 제 생활의 대차대조표는 '육신적 곤비 < 영적 정신적 은혜'였다는 것을 보고합니다. 이런 날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발행인 이명재 記).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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