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식 대표(함석헌평화연구소)

1. 민족이라는 말은 민족주의와 다르다. ‘나라’라는 것은 국가 또는 국가주의와도 다르다. 나라사람/인민/민인이라는 말은 국민이라는 말과도 다르다. 민족은 역사공동체요. 삶의 주체적/자율적 공동체다. 때문에 다른 민족과 평화공존을 추구한다. 그러나 민족주의는 자기 민족집단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이념을 말한다. 그래서 자기 민족의 이익을 위해 타민족의 이익을 침해해도 좋다는 사고가 민족주의다. 그래서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요, 침략주의요 폭력주의를 내포한다.

반평화의 이념이 민족주의다. 나라라는 말은 자기 나라 사람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울타리다. 따라서 나라 사람의 평화로운 공존, 자유로운 공존, 행복스런 공존을 위해 다른 나라와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집단이 나라다. 그러나 국가주의는 국가권력의 유지를 위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 국민의 행복을 저당잡는다. 국가권력은 국가구성원 모두와 함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같이살기를 거부한다. 엘리트집단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간섭/통제를 한다.

그래서 국가주의는 푹력주의다. 반평화를 이념으로 한다. 이런 면에서 국가주의는 제국주의, 민족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 국민이라는 말은 국가권력에 복종하는 존재라는 뜻이 된다. 국민이라는 말 속에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담보하며 살아가는 노예적 존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함석헌은 국가라는 말, 국가주의 이념, 민족주의 사상을 모두 거부하였다. 오로지 민족의, 나라사람/민인/씨알의 같이살기를 통한 자유/기쁨/평화만이 인간이 사는 목적이라고 했다.

2. 요즘 세상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민족주의로 가고 있다. 국가주의로 가고 있다. 친애하는 국민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민족주의도 아니고 국가주의도 아니다. 친애하는 국민도 아니고, ‘나라 사람’이다. 나라 사람은 인민/민인民人으로 표현이 된다. 민인이라는 말은 나라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역사의 주체라는 뜻이다. 자율적이고 자치적 존재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민족이 되려면, 전쟁주의/폭력주의가 아닌 평화주의/통일주의로 가야 한다. 언론통제가 아닌 언론자유로 가야 한다. 검찰공화국이 아닌 민중공화국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와 유럽을 통해 들어온 데모크라시, 엄밀히 말해 의회제 데모크리시parliamentary democracy를 도입하고 있다. 의회제도는 사실상 전체 민중에 대한 기만 속에서 나왔다. 민중의 직접적 정치참여와 의사결정권을 제한하기 위해 부르주와 자유주의자들의 위선에서 나온 정치제도가 데모크라시이다. 데모크라시도 민주주의로 번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중정치로 번역이 되어야 맞다. 일제가 유럽에서 유입된 데모크라시를 번역할 때 처음에 민본정치로 번역하였다가. 뒤에 일제의 왕(主)이 일제 국민(民)의 주인이라는 뜻의 민주주의로 번역을 하였다. 이렇게 잘못 번역되고 뜻이 와전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해방정국에서 나라의 기본 정치이념으로 삼았다.

북조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치악당/엘리트 권력(主)이 나라 사람(民)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가 말도 안 되게 정착되었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는 이제껏 진정한 데모크라시, 곧 민중정치가 토착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직함도 잘못된 말이다. 대통령이 되면 전제시대 왕처럼, 나라의 주인행사를 한다. 나라를 ‘개인소유화’ 한다. 권력을 사유화한다. 민중정치시대 이런 현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그래서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직함도 통령統領으로 고쳐야 한다. 모든 권한을 모두 부여한다는 뜻의 대大자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

3. 우리나라에는 모든 분야에서 선善한 세력과 악惡한 세력이 존재한다. 물론 선한 세력과 악한 세력의 중간에 제3의 세력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제3의 세력은 기회주의자들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제3의 세력은 제외하기로 하자. 선한 세력은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들을 말한다. 악한 세력은 비양심적인 부도덕한 주류들을 일컫는다. 흔한 말로 도독놈들이다. 선한 세력은 자기 이익보다는 사회 전체/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물질적 행복보다는 정신적 행복을 추구한다. 정신적 행복은 참평화와 참자유와 참행복을 뜻한다. 물질적 행복은 물질의 획득을 위해 이해타산을 따지고 상대방에 대한 목적/통박을 지니고 남을 대한다. 물질적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남이라는 존재는 순수한/참 인간이 아니고 나의 이익을 위한 부수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꾼 세계에서는 공익의 추구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협잡꾼에 해당된다. 협잡꾼이 곧 악의 세력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다른 나라와의 싸움도 불사한다. 곧 평화보다는 폭력을 추구하는 세력이다. 나라 사람의 자유보다는 그 자유를 제한/탄압하여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이다. 자신의 이익/권력유지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하면 언론도 탄압한다. 신성한 언론의 자유를 안하무인격으로 탄압한다.

이번의 국가공유기인 대통령전용기에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記事와 방송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한 방송사의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전용적인 언론자유, 취재할 권한을 박탈한/탄압한 처사이다. 국가우월주의에서 나온 잘못된 제도이지만, 어쨌든 대통령전용기는 공유재산이다. 대통령은 취재할 권한이 있는 기자를 선별하여 태우고 안 태우고 할 자격이 없다. 대통령전용기는 독재권력의 전용기가 아니다. 나라 역사를 남길 기자는 누구나 탈 수가 있다. 바로 이렇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좋은 것을, 나쁜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곧 악의 세력이다. 부도덕한이다. 도독놈이다.

경제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경제발전을 도모하지 않고 특정 자본과 계급을 위해 경제정책를 유지해 간다면 그게 도적놈의 경제정책이다. 짜고 먹는 협잡꾼이 따로 없다. 돈만 모아들이려는 경제행위는 나라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이익 추구만을 위해 민중들의 경제는 자꾸 바닥을 향해 가는데 자신들의 임금인상만을 주장하는 것은 정의로운 노동조합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기업/자본가가 경제이익을 분배하는 방향으로 기업/자본가를 선도하고 이끌어 가는 게 노동조합이 설립된 참 목적이다.

기업/자본가나 노동조합이나 다 같이 나라 전체를 위한 균형 있는 경제분배를 도모하는 게 선한 기업이요 선한 노동조합이다. 악덕 기업, 악한 노동조합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다. 그렇지만 선한 노동조합은 기업이 자본가와 정부권력이 특정계급과 기업/자본가의 이익만을 위한 경제정책을 펴지 못하게 감시하는 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선한 기업/자본가와 노동조합만이 나라의 경제를 선하게 이끌 수 없다. 같이살기를 할 수 있다.

사회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선한 세력은 자기의 이기주의적 발상을 가지고 공공의 이익을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내 이익이 먼저가 아니고 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때 공공의 이익이 발생한다. 다 같이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가 된다. 종교방면도 마찬가지다. 종교도 개인의 이익보다는 모두의 이익을 생각할 때다. 회려한 외형의 교회, 성직의 세습화와 직계형 혈통화로 자기 이익만을 도모하는 그런 종교는 참종교가 아니다. 정치 악당과 다름없는 지옥의 사신이다.

외형적/화려한 건물, 미신적/타락한 믿음, 자기기만적 유혹행위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자기이익화 하는 종교집단은 악한 세력에 속한다. 도독놈이다. 그러나 지금 나라 안을 보았을 때 선한 양심의 종교집단보다는 악한 비양심의, 부도덕한 종교집단이 더 많다는 게 걱정이다. 이는 너무 오랜동안 부도덕한 주류들이 정치를 이끌어 왔던 누적된 적폐 때문이다. 일단의 부도덕한 주류들이 이끈 나라풍습 때문에 이 나라에 있는 경제, 사회 문화/종교가 모두 타락하였다. 모든 악함이 사회를 이끈 주류로 등장하였다.

지금은 분단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로 가야 하는 시기에 와있다. 평화의 시대는 세계주의(글로벌이 아닌)로 갈 때만 가능하다. 세계주의를 이끌 바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반도/조선반도, 우리 땅이다. 세계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땅이 먼저 선한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선한 사회는 이기주의를 갖는 개인주의 사회가 아닌 함석헌식의 전체주의/같이살기를 하는 사회이다.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부도덕한 정치세력을 몰아내야 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 자본가와 노동조합을 몰아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물질만을 추구하는 비양심적 협잡꾼을 몰아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성찰을 할 시기에 와 있다. 나 자신이 물질만을 추구하는 도독놈은 아닌 지, 반평화적, 반자유적, 비양심적 협잡꾼은 아닌지. 나랏돈을 개인 돈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권력만을 위하여 미신적 우상의 지시에 따라 나라의 통치관청을 제멋대로 옮기려는 갈보 같은 사람은 아닌지. 지금은 개인독재가 판치는 시대가 아니다. 성찰과 반성을 통해 선한 나라, 평화의 나라, 자유의 나라를 만들어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우리나라를 만들 때이다.

이것을 알아야 한다. 함석헌이 말했다. 선은 강제로 안 된다. 스스로 되는 게 선이다. 악은 뺏는 것이요 도독질이다. 선은 믿음이다. 믿기 때문에 평화요, 행복이다. 선은 뺏는 게 아니고 줌이다. 선은 화합이요 협화다. 나만 잘 난 척하는 게 아니다. 남도 잘났다. 남을 존중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선이다. 선의 가치다.

황보윤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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