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정치가 실종되었다. 투쟁만 있고 대화가 없다. 예삿일이 아니다. 끄덕하면 고소 고발이다. 신나는 곳은 법을 가지고 노는 동네 사람들이다. 특히 그 동네 사람들 중 검사가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

가히 검찰공화국이라고 할만하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검찰공화국의 실현이다. 이 책임의 많은 부분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귀결된다. 이런 사람에게 바른 정치를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일 게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회가 있었다. 그의 국정 운영 전선을 신구(新舊)에 두는 것이었다. 정치신인인 그가 승부를 걸만한 구도였다. 거기에 더해 진영을 뛰어넘어 인사를 등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보수당의 후보로 당선되었지만 범진보 진영 사람도 국정 운영에 참여시켜 함께 해야 했다. 그것이 그가 사는 길이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자기 쪽 사람들 등용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수를 읽지 못했다. 인수위부터 검찰 출신들 및 극우의 색깔이 분명한 사람들이 요직을 독식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한동훈이다. 그의 법무장관 임명은 5년 임기의 정치 기상도를 예견케 했다.

정치는 상식이란 말이 있다. 상식에 어긋날 때 파열음이 생긴다. 국민의 정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지금은 상식의 정치가 더욱 요구된다. 한동훈뿐만 아니다. 국힘당 지도부도 극우성향의 정치인들로 채워졌다.

과연 무지의 소치일까. 여야 간 그리고 계층 간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자리에 이름만 들어도 알레러기가 이는 사람들을 보란듯이 임명했다.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 전희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 문제가 얽혀 있을 때 그것을 풀어야 할 사람이 정무1비서관이다. 이런 자리에 극우의 전사, 야당에서 기피하는 인물 제1호를 앉혔으니 협치는 안 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서해 피격' 영장 놓고 여야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또 양곡관리법을 두고 충돌했다(사진=연합뉴스TV)

또 있다. 노사정위원장이다. 이해가 대립되는 노-사가 한 자리에 앉아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해선 양쪽에서 인정하는 사람이 위원장으로 지명되어야 한다. ‘그 사람 정도면 얘기해 볼 만하지...’하는...

윤 대통령은 장관급 위원장에 김문수를 앉혔다. 김문수가 누군가. 훼절자가 아닌가. 과거 한 때 한 노동운동을 밑천 삼아 정치적 입지를 확보한 사람 아닌가. 운동권에서는 김문수를 노동 활동가로 보지 않는다.

노동운동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 정상적 노조활동을 종북으로 모는 사람, 이런 이를 노사정 위원장에 앉힌 것은 코메디 중의 코메디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않고서야 이런 지명은 있을 수 없다.

윤석열 정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정권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검찰이 조국을 어떻게 수사했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 인디안 기우제는 조국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윤 정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민은 그런 기준으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정권을 지켜볼 것이다. 대통령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사사건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도 이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무척 피곤할 것이다. 하지만 어떡하랴. 본인이 뿌린 씨인 것을... 싸움을 즐기는 나라는 싸움으로 망한다.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국민은 희망을 보고 싶은데 정치권은 절망만 주고 있다. 나라가 점점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가히 올바른 정치가 상실된 사회라고 할 만하다. 첨예한 국제 경쟁 사회에서 극단의 정치로 국력을 소모하는 블록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무슨 소용 있으랴! 한 시골 서생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대를 탄(嘆)해 보지만....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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