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권력의 시녀(侍女).’ 분명 좋지 않은 단어 배열이다. 기분 나쁘게 생각할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유에 속하는 사람도 그렇겠거니와 속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옆에서 보기엔 마찬가지이다.

정권 교체, 계승과 단절의 조화가 필요하다

여야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계승과 단절의 지혜로운 균형이다. 좋은 건 계승하고 그 반대의 것은 단절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 정권의 정책을 뭉뚱그려 폐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을 보면 전 정권인 문재인 대통령 때의 정책들을 보란듯이 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잡은 권력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검찰개혁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법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을 잘못된 것인 양 폐기하려는 것도 과연 옳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은 단칼로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찰의 하이에나 속성, 정권 교체기에 어김없이 반복

여기에 하이에나처럼 설치는 군상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검찰의 발호는 예상한 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정권의 주구가 되어 구정권을 잡아 족치는 성벽은 검찰총장이 바로 대통령이 되는 세상에서 제 물 만난 듯하다. 꼴사납기가 이를 데 없다.

검찰이 공의와 상식에 부합하는 집단이 되려면 권력에 아부하는 속성부터 버려야 한다.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는 누가 정권을 쥐는가에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검찰은 그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취약하다.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속성!

낭만적 얘기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나. 승자 윤석열 관련 수사는 대부분 무혐의이고 패자 이재명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검찰의 기세다. 인디안 기우제식 수사의 징조가 벌써 읽혀진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재명이 승리했다면 과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이 0.76%로 승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이런 식의 수사로 이어졌을까? 검찰은 이 지점에서 자신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카멜레온의 행태는 없는지... 이렇게 해서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깨우침이 없다?

정권의 주구로 지금의 감사원도 예외가 아니다. 감사원은 권력기관의 부정을 감사해서 바로 잡는 기관이다. 그런데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그들의 감사 행태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감사할 건 눈 감으면서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 및 단체의 장을 표적 감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공공기관의 단체장에 대해 임기를 보장한 것은 이유가 있다.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양심껏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임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어서 안 된다, 현 정권과 국정철학이 맞지 않으니 그만 두라는 것은 임기 보장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 그야말로 독재적 발상이다.

표적 감사, 감사원의 생명줄을 끊는 짓

임기 보장의 제일 수혜자는 윤 대통령 자신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그를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판단하고 2년 임기의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검찰개혁은 커녕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선봉장으로 돌변했다. 그를 임명한 정권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다.

정권이 검찰총장을 내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임기 보장이라는 법 조항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를 정치적 우량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개혁 정권에 저항해서 보수측 투쟁의 장수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사표 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 및 단체장들은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이다. 언뜻 떠오르는 사람이 전현희(권익위 위원장), 한상혁(방통위 위원장), 정연주(방심위 위원장) 등이다. 현 정권과 국정 철학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일방통행을 용납하지 않는 정치 시스템이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 및 단체장들, 끝까지 버티시라!

사퇴압력을 받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적어도 윤석열만큼만 버티라는 것이다. 윤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말이 '임기 2년 보장'이었다. 사생활 캐기 등의 인디안 기우제식으로 그를 몰아 사퇴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 상식에 어긋나는 치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했던 말, "우리가 권력을 잡으면 검찰 및 경찰이 다 알아서 할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검경이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 및 단체장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음양으로 캐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감사원이 보여주고 있는 작태이다. 이들의 출퇴근 시간까지 문제 삼아서 망신주기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표적 감사는 감사원이 가장 경계해야 할 방식이다. 감사원 본연의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일탈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결론을 미리 만들어놓고 하는 짜맞추기식 감사에 수긍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사원은 권력에 아부해서 순간의 안일에 젖을 순 있겠다. 하지만 멀리 볼 때 감사원의 생명줄을 끊는 일이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윤석열의 버티기 방식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끝까지 버티시라. 버티는 데엔 배짱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라. 검찰총장으로서 정권에 저항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듯이 지금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입지가 대폭 확대되지 않겠는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이 바로 서야 한다. 적어도 상식은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말도 되지 않는 일을 버젓이 하는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돌변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가 발전에 방해 요인들이다.

국민의 의식은 날로 향상되는데, 이들의 행태는 과거로 향하고 있다. 마치 반세기 전 유신 때에나 일어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걸 두고 역사의 후퇴라고 한다. 국가 간 경쟁은 날로 첨예화되고 있는데, 과거로의 회귀를 서슴지 않으니 답답하다. ‘권력의 시녀’란 말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건 국민의 몫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