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대통령 부인과 장신구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대통령 부인이 공인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공식 직급을 갖고 있지 않으니 공인으로 규정하기엔 미심쩍다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한 편 남편이 공인의 대표 격인 대통령인 만큼 공인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이 다 공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누렸다. 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만 보더라도 이 점이 도드라진다. 지난 7월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해 진수줄 커팅을 했고, 경찰 임관식에서 여경에게 계급장을 달아 준 것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이런 대통령을 내조하는 부인에게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도 공인의 품격을 요구한다. 국민이 대통령 부인에게 바라는 것 중에는 자모상(慈母像)도 포함된다. 따뜻하게 사랑과 인정을 나누어주는 어머니상 말이다.

한 덜 떨어진 작가가 김건희 여사를 정부 여당의 미녀 4인방이라 해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과 동행하면서 고가의 장신구를 몸에 걸쳤다고 해서 뒷말이 무성했다. 장신구를 값으로 환산하면 기천만원은 족히 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외모 지상주의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 부인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고 서민 코스프레로 자신을 꾸민다고 해서 서민이 되는 건 아니다.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 가면서 김 여사가 몸에 걸친 장신구에 대해 국회 대정부 질문에도 언급이 있었다. 그 장신구들은 대부분의 국민이 말로만 접할 수 있는 고가의 패물들이었다. 그것이 공직자 재산 신고에 빠졌다고 해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기천 만원의 액수면 당연히 신고 대상이다. 답변이 궁색해진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답이 과연 해외토픽감이다. 현지에서 지인에게 빌려서 패용했다는 것이다. 추적하면 사실 여부가 밝혀지겠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억지로 지어낸 시나리오 냄새가 진동한다.

장신구를 현지에서 빌렸다면 누구에게 빌린 것인지, 또 빌리는 데 어떤 대가를 지불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설령 빌렸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지 않다. 꼭 장신구를 빌려서까지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했을까. 대통령 부인답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다. 대통령 부인이라면 이런 허영에 허우적거릴 게 아니라 어려운 이웃, 소외받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죽어가는 국민을 돌아보는 것은 기천만원 패물을 빌려 장식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목걸이>는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의 단편 소설이다. 한 여인의 허영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인간에게 잘못 작동하는 심리를 예리하게 그려 놓은 작품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대통령 부인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나 하는 건지.

성형 수술을 한 사람, 짙은 화장으로 자신을 포장한 사람, 고가의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는 대통령 부인을 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인간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데에서 더욱 피어나는 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사실에 부합하는 법이니까.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