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용의 베트남 여행 ⑫ - 콩카페 & 씨클로

하노이에 콩카페가 유명하다. 베트남의 스타벅스로 불릴 정도로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다.

호이안 구도심에서 맛볼 수 있었다. 종업원들이 인민복을 입고 있어 공산당을 연상시켰다. 선입견 때문인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임을 상기시켰다.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 역시 낮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달콤한 코코넛 밀크 커피를 첫 모금 들이켰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차가워서 흐르는 땀이 날아가 버렸다. 베트남 커피는 세계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생산한다. 족제비 똥 커피인 루왁 커피가 유명하다.

수 년 전에 아버지께서 베트남을 다녀오셨다. 선물 받은 다람쥐가 그려진 귀여운 루왁 커피 3개가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책장에 있다. 가끔 마시는 G7 커피믹스는 맥심과는 다른 맛이다.

베트남 커피는 핀이라는 철제 필터에 커피 원두를 담아 자연 추출해서 마신다. 거름종이보다 편하다. 맛은 투박하지만,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진하면서 씁쓸하고 달콤하다.

베트남 사람은 커피를 좋아해서 매일 서너 잔을 마신다. 연유를 듬뿍 넣고 얼음과 섞어 차갑게 해서 마신다. 대학생 때 대구 아카데미 극장에서 본 영화 ‘시클로’를 떠올렸다.

199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대상)을 수상했다. 호찌민(사이공)을 배경으로 양조위가 나온다. 베트남의 풍광과 아오자이, 농, 씨클로가 이국적이었다. 베트남에 가면 씨클로를 꼭 타고 싶었다.

1시간 동안 구시가지를 돌아본 후 예약한 씨클로를 탔다. 씨클로는 인력거와 비슷하지만 뒤에 자전거가 있다. 앞에 손님이 타고 운전사는 뒤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1인용이다.

오래되어 낡은 씨클로만큼 운전사도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움푹 패인 주름살 위에 고단한 세월이 내려앉았다. 인사를 하니 화답하는 순박한 미소가 위안이 되었다.

인도에서 탄 인력거보다 조금 마음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복잡한 좁은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달렸다. 운전자는 클랙슨을 울리지 않고 입으로 비키라는 소리를 내었다.

비켜주지 않은 사람도 있어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같은 소리를 내면서 달렸다. 씨클로는 부지런히 20여 분 동안 골목골목을 누비고 달렸다.

씨클로에서 보는 구시가지는 걸으면서 걸으면서 보았던 풍광과 다르게 보였다. 낮보다 밤에 타면 더 좋을 것 같다. 기온되 시원하고 조명과 등불이 켜져 올드타운은 환상적인 마을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씨클로를 타고 달리면 낭만적인 밤을 더 풍성히 경험할 것 같다. 운전사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며 팁을 주니 얼굴이 환해졌다. 가이드가 1달러를 주라고 해서 1달러를 주었다.

지나고 보니 더 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노동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는 팁을 더 주어도 된다. 베트남 영화에서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1987년 <플래툰>과 1994년 <하늘과 땅>을 보면서 전쟁의 참혹상을 더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두 작품은 올리브 스톤 감독의 미국 영화다. 한국 전쟁을 경험하였기에 영화를 보면서 공감되는 장면이 많았다.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전쟁이 남긴 것은 묘지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자유다”

1994년에 제작한 프랑스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도 기억난다. 199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받았다. 1951년 배경으로 사이공이 배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파파야는 보이지 않았다.

두리안을 파는 노점상을 보니 반가웠다. 가격을 묻는데 가이드와 일행은 저 멀리 가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가기에 뒤처져 걷게 된다.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사 먹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