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용의 베트남 여행 ⑩ - 호이안의 아쉬운 야경

오래된 건물과 거리는 활발하고 분주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을 때는 조용했을 것이다. 보름 전부터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행자(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었다. 첫 여행지로 베트남을 다니게 되니 표정이 밝아졌다. 호이안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골목길과 수백 년 된 고택에는 오가는 사람으로 인해 가득했다. 카페, 기념품 가게, 음식점은 생동감이 넘쳐났다. 살아있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1999년 유네스코는 올드타운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지정되면 보호해야 하므로 개발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된다.

전기 공급이 부족한 베트남은 신호등보다 회전식이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호이안에는 전기세 80%를 국가에서 부담한다. 밤이면 각양각색의 등불을 많이 켜 호이안만의 아름다운 야경을 밝히고 있다. 2013년 세계적인 여행 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가 있다.

이 사이트는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지로 호이안을 선정했다. 가이드는 밤이면 새로운 변신을 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밤이 훨씬 아름다운 호이안은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되었다. 처마에 주렁주렁 달린 오색등은 건물과 거리를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 것이다.

머리를 단정히 하고 붉은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 정성껏 화장한 여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저녁 식사는 베트남 음식이다. 음식점 안은 깨끗했으며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했다. 종업원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수줍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친절했다.

여러 요리 중에 모닝글로리 볶음이 인상적이었다. 줄기가 비어서 공심채라고 한다. 먹으면서 문구류가 생각났다. 낮에 먹었던 현지 맛집보다는 맛이 못했다.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스콜이다. 구시가지를 다닐 때 내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곧 그치겠지’

현지인 가이드가 비옷을 준비해서 나눠주었다. 그녀는 센스 있었고 거의 모든 일을 재빠르게 잘 처리했다. 비가 조금 그치는 듯해서 비옷을 입고 나갔다. 어둠이 짙게 내렸다. 땅은 젖어 있었고, 거리와 가게 처마에는 형형색색 등불이 화사하게 꽃처럼 피어났다.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가이들의 설명을 듣고 걸으려는 순간 또 비가 쏟아졌다. 다시 음식점으로 되돌아와 식사하였던 의자에 앉았다. 종업원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음에 온 손님들이 비키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우리 눈치만 보고 있었다. 비는 거침없이 내리고 있다.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입구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비가 그쳤다. 이때다 하고 다 같이 나갔다. 올드타운은 비가 내리는 중에서도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니 나름 운치가 있었다. 까만 밤하늘에는 별이 반짝였고, 호이안의 분위기는 바뀌어 있었다. 강 위에 떠 있는 조각배가 눈에 들어왔다. 조각배는 화려한 등을 달아 뱃놀이를 즐기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뿔싸~ 우째 이런 일이~’먹구름이 다시 몰려와서 더 이상 별들의 속삭임을 볼 수가 없었다.

다리를 건너려는데 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런! 일단 후퇴다. 다시 음식점으로 돌아왔다. 이미 옷과 신발은 흠뻑 젖어 있었다. 이러기를 두 번 반복했다.

하늘은 빛을 잃고 칠흑같이 캄캄했다. 비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아쉽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다낭으로 돌아갈 시간이 지났다.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호이안의 야경은 이렇게 아쉬움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가이드에게 물었다. “내일 바나힐에서 돌아오면서 잠시 들르면 안 될까요?”“아쉽지만, 방향이 달라서 곤란해요.”“여행사와 운전기사 회사에 일정 변경을 알려야 하는 등 일이 복잡해져요”“네, 아쉽군요.”“저도 많이 아쉽습니다.”

겨울에 동남아 5개국 자유여행을 할 때 다시 와야겠다. 그때는 호이안의 고가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온전히 야경을 감상하고 싶다. 투본강에서 나룻배를 타고 촛불을 밝힌 작은 등을 강 위에 띄우며 호이안을 즐기련다.

이른 아침에 고즈넉한 옛 거리를 청취를 느끼며 걷고 싶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들이 순박한 미소로 화답하겠지?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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