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용의 베트남 여행 ⑨ - 호이안

이번 여행에서 기대한 호이안은 다낭에서 30km 떨어져 있다. 미니버스로 40분가량 이동한 후 목선을 타고 호이안에 도착했다.

호이안은 남중국해 연안 꽝남성에 있는 인구 8만 명의 작은 항구다. 19세기 무역항이 다낭으로 옮겨 가서 호이안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호이안은 16세기 중엽 이후 해양 실크로드 시대의 고가와 회관이 남아 있는 역사 도시다. 베트남 3번째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지다.

고대 참파 왕족의 영역으로 서남쪽에는 미선 유적이 아직 남아 있다. 구시가지는 베트남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쩐푸 거리를 걸으며 옛 정취를 즐겼다.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 속으로 들어가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많았다.

좁은 골목과 골목이 이어졌다. 빛바랜 벽은 거리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붕은 오랜 된 기와였다. 발코니에는 화단이 생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처마에는 오색등이 달려 있었다. 밤에는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되었다. 내원교를 중심으로 일본인촌과 중국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내원교는 1593년에 건축한 목조 다리이다. 길이는 18m이다. 호이안의 상징이다.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베트남 국민들에게는 의미있는 다리이다.

튼튼해 보이는 교각 위에 목교(木橋)를 만든 다음 기와지붕을 얹었다. 기와에는 멋있는 조각품이 장식되어 있어서 고졸미를 더 했다.

서쪽에는 일본인이 동쪽에는 중국인이 거주하였기에 가교 역할을 했다. 물은 많이 흐르지 않았다. ‘먼 데서 돌아오는 다리’라는 뜻이다.

해양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무사 귀환을 염원했다. 원숭이과 개 조각상이 특이했다. 원숭이해에 다리를 짓기 시작해서 개해에 완공되었다는 의미이다.

걸으면서 보니 중국, 프랑스, 네델란드, 포르투갈, 일본의 건축이 함께 있었다. 이쯤에서 궁금한 것이 있었다. 과연 베트남을 대표하는 건축은 무얼까?

여러 나라와 시대가 어우러진 것이 베트남 건축이다. 그만큼 식민 지배의 고단한 삶을 살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유명한 관광지 호이안이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이고 싸여 빛바랜 세월이 주는 정겨움이 묻어났다. 고택마다 여러 가지 사연을 품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상업 거리로 변했지만, 베트남의 과거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존하는 고가는 떤끼, 풍흥, 득안, 꽌탕이다.

고가는 15~19세기 무역 번영기에 상인들이 거주했던 가옥이다. 대부분 상점으로 바뀌거나 사라졌다. 몇 곳은 지금도 후손이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 문화재청이 1급 고가로 지정한 떤끼 고가에 갔다. 18세기에 세워진 250년 된 정면 3칸의 2층 목조 건물이다.

상점과 살림집을 겸하는 주상 복합형이다. 주 건축 재료는 나무다. 나무는 관리를 잘하면 천년을 간다. 중국과 베트남 건축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집안 곳곳에는 오래된 병풍과 도자기, 글귀가 적힌 경판과 고가구들로 가득했다.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기에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차, 실크, 한약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이하게 기둥에 홍수가 범람했던 날짜와 함께 금을 그어 표기해 두었다. 투본강 폭이 넓었는데 1964년에는 1층까지 잠겼다고 하니 놀랍다.

정문에서 후문까지 좁고 긴 길이 죽 이어져 있었다. 이러한 건축 구조의 주목적은 통풍을 위해서라고 한다. 생활 지혜의 일단이다.

즉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서 이렇게 했다고 하니 말이다. 기둥은 습기와 벌레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옻칠을 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혜롭게 살아간다.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집안 구석 구석에는 역사가 스며들어 있었다. 2층에는 이 집의 7대손이 지금도 살고 있다.

어쩌면 입장료 수입으로 참고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시각을 달리 하니 호이안이 다르게 보였다. 투본강 홍수로 인해 범람했을 때 1층에 있는 상품을 2층으로 옮길 수 있는 구멍이 있다. 삶의 지혜다.

중국 광동성 사람들이 모임 장소로 사용한 광동회관은 크고 작은 다섯 개 회관 가운데 문화적 가치가 가장 높다. 1786년에 건축된 것이다.

그때 중국 광동성 출신 거주민들이 모임 장소와 제사를 지내기 위한 사당으로 건축을 했다. 현관이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결의’ 벽화가 깨끗하다. 정원에는 타일로 만든 화려한 여러 마리의 용이 하늘로 날아갈 듯한 기세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은 중국 사람만큼이나 붉은색과 용을 좋아한다. 본관에는 관운 동상과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는 티엔허우 동상이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쟈스민 향을 내는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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