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을 걷고 있다. 낯선 거리와 베트남 사람의 일상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어제는 한국이었는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동남아시아의 여름은 기온이 40도를 넘나든다. 필리핀에서 3년을 살아봤기 때문에 뜨거운 열기를 몸은 기억하고 있다. 생각보다 후텁지근하지는 않았다. 베트남에 사는 이웃 사람이 한국과 날씨가 비슷하다고 말해 주었다.

첫 일정으로 가장 환율을 잘해준다는 사설환전소에서 돈을 바꾸고 스톤 마사지를 두 시간 받았다. 베트남으로 오기 위해 집에서 12시간이 걸렸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면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피로는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좋다. 경락마사지인 태국과 달리 피부를 밀거나 누르는 마사지였다.

마사지사는 두 시간 동안 성심성의껏 하는 것이 느껴졌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스톤이 배에 온기로 데워졌다.

스톤 마사지는 마지막에 30여 분밖에 하지 않아 아쉬웠다. 마지막 날에도 마사지를 받기로 되어 있으니 그때는 경추를 세게 하고 스톤 마사지도 많이 해 달라고 해야겠다.

오행산으로 가면서 가이드가 사주 이야기를 했다. 본인은 사주를 믿는다고 해서 반가웠다. 목·화·토·금·수의 오행을 관장하는 오행산은 다낭과 호이안 사이에 있다.

응우한선 또는 마블 마운틴이라고도 한다. 산 자체가 질 좋은 대리석이다. 물·나무·불·철·지구를 총칭하여 부른다. 오행산은 다낭 남쪽 10km에 불쑥 솟아있는 신비로운 산이다.

다섯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오행산이라고 부른다. 석가여래의 손가락 5개가 뾰족한 산 다섯 개와 닮았다고 한다.

투이선(108m)에 도착했다. 한국 단체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붐볐다. 대리석으로 조각품과 비석을 만드는 석공 마을로 더 유명하다. 오행산을 오를 줄 알았다. 장가계처럼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산 위에는 16세기 후반에 설립한 가장 오래된 담태사가 있다.

가이드는 내려올 땐 걸어서 내려와야 하므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후옌콩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정상에서 다낭 시내가 다 보인다는데 아쉬웠다.

굴 입구가 크고 높다. 십이지상을 비롯한 여러 조각들이 자리잡고 있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높았고 웅장했다. 천장에 구멍이 몇 개 뚫려 있다.

햇볕이 들어오니 실내 공기와 부딪치며 경이로웠다. 옥황상제를 비롯하여 사천왕상과 다양한 불상들이 많았다. 영화 ‘신과 함께’의 장면이 떠올랐다. 내세에 관해서 궁금하고 또 관심이 많다.

오래 전에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가이드에게 언제부터 이렇게 만든 것인지 물었다. 얼마 되지 않는다는 답변에 실망감이 일었다.

지옥으로 내려가는 길은 좁고 가팔랐다. 굳이 내려가서 보고싶지 않았다.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도 좁고 가팔랐다. 많은 관광객이 오르락내리락해서 혼잡했다.

사진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다. 조금 오르다가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베트남 사람은 <서유기>의 손오공이 석가모니와 맞짱을 떴다가 이곳에서 500년간 갇혔다고 한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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