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삼도봉(三道峰) 민호씨의 귀향(歸鄕)....

     (농막(農幕)에서 바라본 풍경)

호(號)를 삼도봉(三道峰)이라고 지은
민호씨가 귀향(歸鄕)을 했습니다. 

고교 시절 국어선상님이 뿔테안경 너머의 안광을 번뜩이며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구절 귀거래혜(歸去來兮), ‘돌아가자’를 말씀 하실때만해도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 줄을 몰랐습니다. 

60살 은퇴가 가까워지고 '베이비부머'가 어쩌고 저쩌고 신문에 오르내릴 때에야 
퇴직후에 뭘하며 살까? 고민을 했다구요.

그는 25살에 인천의 어느 자동차 만드는 회사에 입사해서 62살에 퇴직을 했으니 38년이라는 세월을 인천에서 살았지요.

막상 퇴직을 하니 막막하더랍니다 
퇴직금도 있고 국민연금이 바로 나오니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테지만 은퇴이후의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평소 즐기던 자전거를 타고 서해안 도로를 달려보기도 하고, 인천 근처의 공원이나 숨은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구요.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토론도 여러번 했을테지요. 

어느날 문득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귀향을 결심했다나요. 
물론 평소에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집의 향수가 머리속에 남아 있었겠지요.

드디어 고교시절 국어선상님께 들었던 귀거래혜(歸去來兮) '돌아가자'를 44년만에 실제로 옮겼습니다 

요양원에 계셨던 노모도 자주 찾아뵙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준 농토에서 일도 하며, 농촌의 여유를 즐기자는 뜻도 있었겠지요. 그렇다고 귀농을 하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해서 현실과 타협한 것이 귀촌입니다. 인천의 집은 그대로 두고 농한기에는 인천에서 두어달 보내다가 오기도 하니 귀촌(歸村)이 맞겠지요. 

    ('삼도봉' 민호씨의 농막풍경입니다)

막상 귀촌이란걸 해보니 900평의 밭에는 날이면 날마다 풀과의 전쟁이라 허리가 아플 지경이고, 달밤에 맥주를 마시는 낭만도 한두번이지 이제는 시들하다네요.
 
그래서 민호씨는 귀향(歸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여러번 강조합니다. 
오늘은 농막(農幕)에 사람이 넘쳐 납니다. 고등학교 동기생들이 7명이나 모였지요.

사료와 풀을 주며 재미삼아 키운 닭을 네마리나 잡아서 가마솥에다 삶는 중입니다. 몇년전 숲속에 심었던 장뇌삼도 두어뿌리 넣고 부모님이 가꾸셨던 엄나무도 잘라 넣었지요. 
또 있습니다. 올봄에 처음으로 지었던 마늘까지 푸짐하게 넣었습니다.

사람이 그리웠던 강아지는 많은 사람들이 반가운지 깡총깡총 춤을 춥니다.
밥상도 짝짝이 입니다. 부부가 살다보니
살림살이를 다 챙기지를 못했습니다.
한나절은 맛있고 멋지게 잘 보냈습니다.

세상사람들 어느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미리 연습을 했던 사람은 없겠지요? 만나는 사람마다 은퇴후의 인생을 이야기하지만 딱히 정답은 없더군요. 
"은퇴후의 인생" 이런 참고서가 있었다면 살아가기가 얼마나 좋았을까요?

'삼도봉' 민호씨는 내일도 풀을 뽑겠지요. 
자두나무 40그루와 고추 200포기, 참깨 들깨 호박에다 고사리밭, 양배추까지  없는게 없는 농장의 풀을 뽑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연습하지 못했던 은퇴이후를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갈 테지요. 
반거치농부인 제가 살아가는 것처럼…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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